[2019 대한민국 정책평가]경제 분야 10대 정책 “최저임금 인상탓 일자리 감소”… 소주성, 작년 이어 올해도 최하위권 탈원전-신재생에너지 효율성 의문… 규제 샌드박스 투명성 높여야 성과 WTO서 日에 맞서 검역주권 방어… 연대보증 완화, 창업 활성화 기여
지난달 11일 1순위 청약을 접수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르엘 신반포 센트럴’ 아파트의 당첨 최저 가점은 69점이었다. 84점 만점인 청약 가점에서 69점을 받으려면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시공사 관계자는 “인근에서 한동안 신규 분양 물량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청약 수요가 더 몰렸다”고 해석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서울의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청약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서울 아파트값도 24주 연속 상승했다. 가격을 통제해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려던 제도의 취지와 달리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키워 가격이 더 뛴 셈이다.
○ 시장과 갈등 빚는 정책 대부분 낮은 점수 받아
동아일보가 고려대 정부학연구소와 함께 올해 경제 정책을 평가한 결과 정부가 직접 가격에 개입하는 등 시장을 무시하다 역효과를 낸 정책들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상한제 도입 이후 오름폭이 더 커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11일(0.09%) 이후 이달 9일(0.17%)까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4주 연속 확대됐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물량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로 서울 전세금까지 들썩이고 있다.
지난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올해도 하위권이었다. 정책 의도가 좋다고 해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일자리가 감소하는 시장 개입의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소득 하위 20% 가구와 상위 20% 가구의 소득 격차가 4년 만에 감소했다. 하지만 가구당 월평균 사업소득이 4.9% 줄어 역대 최대 폭으로 줄었고 소득 하위 20%의 근로소득은 7개 분기 연속 감소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찮았다.
○ 효과 가늠하기 힘든 탈원전·도시재생
정부가 에너지와 주거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시도한 탈원전과 도시재생 뉴딜사업도 아쉬운 점수를 받았다. 정부학연구소는 탈원전을 뼈대로 하는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현재의 원자력 중심 구조와 비교해 얼마나 효율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적 문제로 비화돼 정권 교체 이후에 지속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고 했다. 재건축·재개발 정책 대신 지역공동체 중심으로 주거환경을 개선해나가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오랜 시간이 필요한 프로젝트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현 정권에서만 진행될 가능성이 큰 데다 지나치게 소규모로 이뤄져 효과가 떨어지는 점 등을 한계로 꼽았다.
규제 개선을 통한 혁신사업 개발은 규제 샌드박스 승인 건수가 164건(11월 12일 기준) 이르는 등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고 봤다. 하지만 사후적으로 진행되는 규제 적정성 검증 과정에서 기존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벌어진 ‘타다’ 갈등처럼 정책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면 오히려 혁신이 저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기업들의 피로도를 높인다는 불만도 나온다.
경제 정책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일본산 수산물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대응이었다. 국민 건강에 필수적인 검역주권을 제대로 방어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최근 국가 간 무역분쟁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사후적 대책보다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정책에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정부학연구소는 조언했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촉발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 정책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
금융 공공기관의 연대보증을 폐지한 것과 급속도로 늘어난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한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창업하려는 기업이나 중소기업 사업자들이 연대보증 폐지 덕분에 더 수월하게 창업할 수 있고, 실패한 뒤에 재기하기도 쉬워졌다는 것이다.
총괄 및 경제분야 평가: 최진욱, 심동철, 구교준, 이응균 고려대 교수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