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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고 출신 미대오빠’에서 5조원 빅딜 CEO…‘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누구?

입력 | 2019-12-13 16:33:00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 News1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배달 서비스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에 전격 매각되면서 토종 배달앱을 기업가치 4조7500억원 규모로 키워낸 ‘경영하는 디자이너’ 김봉진 대표(43)의 이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번 딜은 토종 인터넷 기업의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1976년생인 김봉진 대표는 ‘공고’ 출신에 전공도 경영이나 기술과는 거리가 먼 디자인으로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은 대부분의 성공한 경영자들의 삶과는 대조되는 인물이라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는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5년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실내디자인을 전공했다. 이어 지난 2015년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지만 김봉진 대표는 공고 출신의 2년제 디자인 전공의 학력이 더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사회에 나온 그의 ‘커리어’는 남달랐다. 김 대표는 2002년 이모션에서 디자이너로 경력을 시작해 네오위즈, NHN(현 네이버)을 거쳐 지난 2010년 우아한형제들을 설립했다.

배달의민족은 김 대표가 국민대학교 대학원을 다니던 중에 기획됐다. 그는 대학원 과정 중 여러 앱을 개발했는데 그중 하나가 초창기 버전의 ‘배달의민족’이다. 이 서비스의 가치를 알아본 엔젤투자팀 ‘본엔젤스’의 도움으로 김 대표는 지난 2010년 6월 배달의민족 서비스를 선보였다.

초기 배달의민족은 배달 주문 서비스가 아닌 배달음식 전화번호(종이 전단지) 모바일 안내 서비스에 가까웠다. 그러나 접근하기 쉬운 이용자경험(UI)·이용자환경(UX)을 바탕으로 빠르게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배달의민족은 앱 출시와 동시에 앱스토어 1위를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10년 이상 디자인 경력을 쌓은 김 대표는 회사를 경영하며 ‘키치’(본래 목적에서 벗어난 사이비 등을 뜻하는 미술용어), ‘패러디’를 브랜딩에 접목했다. 김 대표는 배달의민족을 ‘B급문화를 가진 플랫폼’으로 포지셔닝하고 ‘다이어트는 포토샵으로’, ‘고기 맛이 고기서 고기지’ 등과 같은 패러디 문구를 포스터로 만들었다.

배달의민족은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로 구성된 TV 광고와 ‘OO야, 넌 먹을 때 제일 예뻐“ 같은 옥외광고로 2030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브랜드 가치를 올렸다. 나아가 배달의민족은 지난 2012년 자체 개발한 서체 ’한나체‘를 처음 출시한 뒤 주아체, 도현체 등 8종의 폰트를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며 ’디자인 잘 하는 배달 회사‘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관련 업계는 그를 ”디자인 경영의 최전선에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디자인 경영은 조직에서 디자인과 관련된 의사 결정을 할 때 시장상황과 고객 중심적인 방법으로 최적화해 접근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배달의민족에서 근무한 A씨는 ”디자인 업계가 강조하는 ’크리에이티브‘가 조직 내부에도 적용됐다“며 ”개방적인 사내문화를 김 대표가 스스로 조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김 대표는 ’(우아한형제들 본사가 위치한)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를 직원들과 공유하고 수평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사내문화 구축을 강조하고 있다. 11가지에는 ’보고는 상급자가 하급자 테이블에 가서 듣는다‘,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고, 디자이너가 디자인만 잘하면 망한다‘ 등이 있다.

김봉진 대표는 회사 브랜딩뿐 아니라 획기적인 내부경영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 대표는 지난달 13일 직원연차와 관계없이 전사 직원을 대상으로 ’연말 전사 휴무‘를 공지했다. 그는 ”구성원의 헌신으로 회사가 살아남았고 이에 대한 감사함으로 회사 전체가 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문의 등 상시업무에 필요한 최소인원을 제외하고 오는 21일부터 내달 1일까지 전 직원이 포상휴가에 들어간다.

한편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되면서 김봉진 대표는 양사가 싱가포르에 세운 합작회사(JV) ’우아DH아시아‘ 회장자리로 옮겨간다. 국내 사업경영은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부사장이 맡는다. 김 부사장은 주총 등을 거쳐 내년 초 최고경영자로 취임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