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12·12 40주년 쿠데타 주역들과 기념 오찬 형사재판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해놓고 골프 즐겨 "천인공노할 일, 죗값 치르게 해야 역사 바로세워"
5·18민주화운동 단체가 ‘12·12사태’ 40주년인 지난 12일 서울 강남의 고급 식당에서 군사반란 주역들과 기념 오찬을 가진 전두환 전 대통령을 강하게 규탄했다.
특히 알츠하이머 진단을 이유로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의 5·18관련 형사재판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전씨를 구속 또는 강제구인해 엄중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5·18단체들과 광주시민사회·종교계 등은 13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전씨의 오만함을 지적하며 이 같이 요구했다.
이어 “법과 국민을 무시하는 전씨의 오만한 행보를 보며 그의 죄과에 너무 관대했다는 자괴감을 감출 수 없다. 전씨와 그 일당의 죄과를 낱낱이 드러내 죗값을 치르게 하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는 광주영령들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달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전두환 씨와 그 일당은 잠시 동안 감옥에 갇혔다가 풀려났을 뿐 발포명령자 등 5·18 핵심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다. 5·18 관련 허위 사실들이 확대·재생산되면서 어렵게 이룩한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들이 급속히 훼손되고 있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두환 구속·강제구인 및 엄중 처벌 ▲5·18진상규명 조사위원회 즉각 출범 ▲5·18역사 왜곡 처벌법 제정 ▲신군부 등 헌정질서 파괴자들의 재산을 국가에 귀속토록 하는 부정 축재 환수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단체들은 “1980년 군부독재의 야만적 폭력에 맞선 시민들의 희생을 잊어선 안 된다. 평화 공동체를 만든 5·18은 죽음을 딛고 시대의 어둠을 넘어왔다. 광주를 넘어 전국으로 번져 대한민국의 역사가 됐다. 전씨와 그 일당이 죗값을 치르게 해야 역사를 바로세울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후식 5·18부상자회장도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전씨가 황제 골프와 만찬을 하는 모습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 국민이 자국 군대에게 살해된 치욕의 역사가 시작된 날을 자축했다는 것은 천인공노할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내란목적 살인죄 등으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전씨가 반란 행위를 자축하는 것은 일말의 양심도 없는 행위다. 전씨를 법적·역사적 심판대에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흥식 5·18구속부상자회장도 “추징금 1020억 원과 세금 31억 원 등을 내지 않으면서 황제 골프와 고급 식당 코스 요리를 즐기는 전씨를 보며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반성은 커녕 기념오찬을 가진 것은 국민 우롱”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씨는 ‘역사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는 외침을 듣지 않고 있다. 12·12 군사 반란은 전씨와 신군부 세력이 광주 진압까지 염두에 둔 만행이었다. 헌정을 유린하고 광주를 무력 진압한 그를 다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철우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자성하고 자숙해야 할 역사의 죄인들이 군사반란 40주년을 자축했다는 데 분노한다.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재판 불출석은 이제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정현애 오월어머니집 이사장은 “전씨의 말도 안되는 언행이 반복되고 있다. 실망을 넘어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면서 “국가와 국민, 광주시민들에게 지은 죄를 전향적으로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자신과 자신의 후손을 위하는 길이란 점을 깨닫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전씨는 12일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40년 전 군사 쿠데타 주역들과 함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위치한 고급 중식당에서 기념 오찬을 가져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고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받는 형사재판에 불출석하고 있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