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뇌물혐의 공소장에 적시… 금융위 재직때 4590만원 수수 “아파트 산다”며 2억여원 빌린뒤 “시세 떨어졌다” 1000만원 안갚고 지인에 저서 판돈 장모계좌로 받아… 감찰중단 3인방은 서로 책임 미뤄 조국, 이번엔 방어권 적극 행사할듯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13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5·수감 중)을 뇌물수수와 수뢰 후 부정처사,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검찰 수사는 2017년 10월 당시 대통령민정수석실이 유 전 부시장을 감찰하면서 구속될 정도로 심각한 비위를 확인하고도 눈감은 이유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무이자로 빌린 뒤 “집값 안 오른다” 안 갚아
법무부가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실에 제출한 공소장에는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등에 재직하던 2010∼2017년 2월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를 비롯한 4명에게서 459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됐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 감독을 받던 업체 대표 A 씨에게 2010년 초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사야 한다며 2억5000만 원을 장인 명의 계좌로 무이자로 빌렸다. 또 유 전 부시장은 A 씨에게 자신이 구입한 아파트의 시세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1000만 원을 갚지 않거나 미국의 지인과 어울릴 일이 있다며 돈을 요구해 200만 원을 받았다.
유 전 부시장의 공소장엔 그가 자산운용사 B 대표에게 자신의 저서 100권을 판매하고, B 대표는 출판사나 서점을 통해 저서를 구매하는 대신에 유 전 부시장의 장모 계좌에 200여만 원을 송금해 직접 구매했다. 그가 B 대표에게 요구해 서울 강남의 오피스텔을 얻은 뒤 2015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오피스텔을 사용했다고 검찰은 봤다. 유 전 부시장은 자신의 직속 사무관에게 지시해 B 대표 등을 금융위원장 표창 대상에 포함시키라고 지시하고, 표창 심사위원회에 위원장으로 참석해 이 자산운용사가 표창을 받을 수 있게끔 직접 관여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 조국 등 감찰 중단 결정 청와대 3명, 책임 미루기
유 전 부시장은 2017년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3차례 대면 조사를 받았지만 유 전 부시장이 75일 동안 병가를 내면서 감찰이 중단됐고, 금융위에서도 추가 징계 없이 유 전 부시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하지만 감찰 중단을 결정한 당시 민정수석실 핵심 관계자 3명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이른바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감찰 중단을 결정할 때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조사에서도 “당시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의 지시로 감찰을 중단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조 수석과 박 비서관이 감찰 중단을 결정하는 이른바 ‘3인 회의’ 자리에 함께 있으면서 의사 결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은 12일 언론을 통해 자신은 감찰 중단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회의에 참석한) 그 시점엔 감찰이 종료됐고, 감찰을 무마하는 논의가 불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감찰 무마와 관련한 첫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는 조 전 수석은 가족 비리 수사와는 달리 감찰 무마에 대해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방어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수석으로서는 감찰 중단에 관해 침묵하게 되면 본인이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민정수석실엔 청와대의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과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중단하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 선임행정관은 박 비서관의 지휘를 받는 이인걸 당시 특별감찰반장에게 “피아(彼我)를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 hun@donga.com·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