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警, 화성살인 8차사건 충돌… 양측 “당시 수사지휘 검사 조사”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을 윤모 씨(52)로 지목했던 경찰관들이 “1989년 당시 윤 씨에게 자백을 받을 때 가혹행위를 했다”고 자백함에 따라 이미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20년을 복역한 윤 씨 사건을 둘러싼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수사 기관의 권위주의적 분위기가 잔존하던 시대상과 어떻게든 범인을 찾아내라는 사회적 압박 속에 형사 사법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붕괴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범인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전준철)는 1989년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들로부터 “고문 사실을 인정한다. 숨진 경찰관 A 씨가 고문을 주도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진위를 조사하고 있다. 일부 경찰은 “윤 씨를 구타하거나 쪼그려 뛰기를 시키는 등 다른 가혹행위를 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경찰이 숨진 동료 A 씨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은 당시 경찰 수사를 지휘하고 기소한 검사 B 씨(현 변호사)를 곧 조사할 방침이다. B 씨가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결과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알고도 사건을 그대로 기소했는지를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윤 씨에 대한 재심 청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의견서를 통해 “B 씨는 1989년 8월 10일 검찰 송치 후 현장검증에서 범행을 재연하는 윤 씨의 모습을 일일이 지켜보고 있었다”며 “경찰 조사 내용과 전혀 다른 윤 씨를 눈으로 확인하고도 어떤 이의 제기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본보는 B 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경찰 내부에선 ‘검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 목적으로 수사에 뛰어들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8차 사건 담당 형사들의 가혹행위와 국과수의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결과 조작 의혹에 대해 이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 사건 특별수사본부가 조사를 진행해왔고, 결과 발표에 맞춰 민갑룡 경찰청장이 직접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계획이 있었는데 검찰이 ‘새치기’를 했다는 시각이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검찰 수사와 별개로 8차 사건을 지휘했던 검사 B 씨를 형사 입건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본부는 17일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박상준 speakup@donga.com·장관석·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