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의 반발 속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의결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예산안 강행 처리 등 최근 국회 파행 과정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의 처신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문 의장은 10일 법적 근거도 없는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4+1’ 협의체가 만든 예산안을 안건 상정 순서까지 바꿔가며 통과에 협조했고, 야당이 제출한 예산안 수정안에 대해서는 토론 종결을 선포하며 무산시켰다.
국회법은 정치적 중립을 위해 국회의장은 당적도 가질 수 없고, 위원회에 출석은 할 수 있지만 표결에는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국회의장이 선출과 동시에 탈당해 무소속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예산안 처리 등에서 보인 문 의장의 행동은 당적만 없을 뿐, 특정 정당을 위해 총대를 멘 것과 다를 바 없다.
최근 불거진 아들 석균 씨에 대한 지역구 세습 논란은 이런 문 의장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자초한 결과다. 석균 씨는 아버지 지역구인 경기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을 맡고 있고, 내년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그는 세습 지적에 대해 “주변의 심려가 있지만 제가 짊어져야 할 짐이고, 시스템 안에서 경선으로 겨루겠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입법부 수장이다. 자신이 현직 국회의장이고, 6선의 집권 여당 실세라면 부자 모두 절제하고 오해의 소지를 스스로 차단하는 것이 마땅하다. “불법은 아니지 않냐”는 구차한 변명을 입법부 수장에게서까지 들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