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뒤에도 지속적으로 팬들이 찾아와 그리움을 표하는 고(故) 구하라의 계정 (인스타그램 갈무리) © 뉴스1
#지난 10월 세상을 떠난 연예인 설리의 인스타그램에는 지금도 팬들이 남긴 댓글이 매일 올라온다. 서울에 첫눈이 내린 지난 3일에는 “언니 오늘 처음 첫눈이 왔어요”라며 고인에게 안부를 묻는 듯한 댓글이 달렸다.
지난달 24일 유명을 달리한 연예인 구하라의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다. 구하라가 마지막으로 남긴 ‘잘자’라는 인사의 게시물에는 전 세계 팬들이 남긴 “보고싶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등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고인이 된 연예인들이 디지털 공간에 남긴 흔적들이 ‘온라인 추모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연예인들이 개인 SNS에 남긴 사진·게시글·영상 등은 가장 사적인 기록이라는 점에서 팬들이 고인을 떠올리게 하는 ‘디지털 유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설리의 인스타그램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강윤화씨(22·여)는 “비록 설리는 세상을 떠났지만 설리가 남긴 글을 보면서 생전에 앞장서 온 여성인권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며 “유튜브와 방송에서도 연예인 ‘설리’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보이는 모습이 인간 ‘최진리’(설리의 본명)와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위터 맞서 추모공간 지켜낸 팬들…트위터 “비활성 계정 삭제 철회”
트위터의 휴면계정 삭제 정책에 항의하며 계정 보존을 요구하는 종현의 팬들 (트위터 갈무리) © 뉴스1
이처럼 팬들이 개인 SNS를 통해 고인을 기리려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소유자가 사망한 계정을 ‘관리’하려는 SNS 업체 간의 갈등이 발생한 일도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트위터는 “개정된 개인정보보호 규정(GDPR)을 지키기 위해 6개월 이상 로그인하지 않은 이용자들의 계정을 오는 12월11일부터 삭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트위터의 계정 삭제 결정에 이용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한국에서 종현의 팬들이 ‘#트위터계정_삭제반대’, ‘#종현이와의_소중한추억’ 등의 해시태그를 달고 게시물을 올리며 트위터에 해당 정책을 취소해달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이용자들의 강력한 요구에 결국 트위터 측은 하루 만에 “이번 조치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계정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며 “우리가 놓친 부분에 대해 인지했으며 사람들이 (사망자의 계정을) 기억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때까지 비활성 계정을 삭제하지 않겠다”고 정책을 철회하기도 했다.
현재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기념계정화’(Legacy Contact) 기능을 통해 사용자에게 자신이 사망한 뒤 SNS 계정을 어떻게 관리되도록 할 지 미리 정하도록 하고 있다. 보존을 원하는 계정은 ‘기념계정’으로 남겨지고 폐쇄를 원하는 계정은 유족의 사망신고를 거친 뒤 영구삭제된다.
국내 기업인 네이버는 고인의 계정에 대해서는 ‘디지털 유산 관련 정책’을 두고 관리하고 있다. 1년 이상 네이버에 로그인하지 않은 경우 휴면 상태로 전환시키지만 블로그 등에 남긴 데이터는 삭제되지 않는다.
카카오톡·카카오스토리 등의 SNS를 운영하는 카카오는 유족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고인의 계정을 탈퇴 처리한다. 특별한 요청이 없이 일정기간 로그인을 하지 않은 계정에 한해서는 휴면상태로 전환한다. 이 중 카카오 계정은 휴면계정으로 전환된 뒤 5년이 지나면 개인정보를 포함한 모든 콘텐츠가 삭제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SNS 애도는 ‘사생활의 공공화’…“고인 SNS 통해 애도 나누면 상실감 만회 빨라”
설리/웨이보 홈페이지 캡처© 뉴스1
개인 공간으로 여겨지던 SNS가 추모공간화 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사생활의 공공화’라고 표현했다.
또 SNS 계정의 유지에 대해서는 “물론 당사자나 친권자의 의사가 가장 존중돼야하지만 유가족들도 모여서 추모하고 싶다는 팬들의 마음을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실제로 다큐멘터리 감독이었던 고(故) 이성규 감독처럼 추모사업회 차원에서 SNS 계정을 관리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SNS 추모의 특징으로 ‘접근성’과 ‘동조 심리’를 꼽았다.
곽 교수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오프라인 추모보다 SNS 상에서의 추모는 참여하기 쉽고 그에 따라 많은 사람이 하는 것을 보면서 동조 심리도 일어나기 쉽다”며 “강남역 살인 사건, 세월호 사건처럼 사회적 문제로 인한 죽음을 함께 기리고 나누려고 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조용히 죽고 싶은 사람, 회자 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을텐데 찍는 사람, 글을 올리는 사람 주도로 가고 있는 최근 SNS의 문제가 (SNS 추모에도) 나타날 수 있다”며 “SNS나 인터넷 회사 쪽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