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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보험료 인상 ‘봇물’…실손 15%·車보험 5%안팎 오른다

입력 | 2019-12-15 07:24:00

© News1DB


국민 3400명이 가입해 제2의 국민건강보험으로 여겨지는 실손의료보험과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의 보험료가 내년 1월 인상돼 보험가입자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더해 생명보험사들은 저금리를 반영하기 위한 예정이율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는 오른다.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 129.1%

1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보험사는 내년 1월2일 실손보험료 인상을 위해 보험개발원에 요율검증을 마치고 15~20% 수준의 보험료 인상을 추진 중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 이른바 ‘문케어’의 영향 등으로 건강보험 자기부담금과 비급여 보험금 지급이 늘며 손해율이 치솟아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29.1%로 전년동기대비 약 20%p(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수익성이 심각하게 악화됐던 2016년(131.3%) 수준이다. 손해율은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 중 보험금 비중이다. 가입자에게 100만원을 받았다면 129만1000원이 보험금으로 지급됐다는 의미다. 올해 상반기 손해액은 5조1200억원에 달한다.

우리나라 총의료비는 건강보험에서 지급하는 급여(보통 진료비의 70%)와 나머지 본인부담금,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비급여로 나눠진다. 실손보험은 본인부담금과 비급여를 보장한다.

현재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보험료 인상을 위한 제반 작업에 돌입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의 마지막 단계인 금융당국의 승인을 비공식적으로 기다리고 있다. 보험사가 보험료를 자율 결정하는 게 원칙이지만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보험상품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보험료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1월 초 실손보험 갱신 가입자에게 보험료 인상을 안내해 놓은 상태”라며 “관련 규정상 보험료 인상은 보름 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손보험이 문케어와 연결돼 있어 금융당국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예민하게 주시하고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가 있어 보험사가 정부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 보험료도 내년 1월 5% 가량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험사들은 적정한 수준의 보험료 인상을 위해 보험개발원에 요율검증을 신청한 상태다. 아직 요율검증 결과를 회신 받은 회사는 없다.

손보업계가 보험료 인상에 나선 것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적정 수준을 한참 넘어섰기 때문이다. 올해 1~9월 누적 평균 손해율은 96.4%다. 적정 손해율이 77~78%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지난 11월(가마감 기준)에는 손보사 9곳 중 7곳의 손해율이 100%를 넘어섰다. 손보업계는 올해 자동차보험 적자 규모가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손보업계는 노동자 가동연한 65세로 상향, 자동차 정비수가 인상 등 원가 상승 요인이 보험료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앞서 손보사들은 올해 1월 보험료를 3~3.5%, 6월 1~1.6% 인상한 바 있다.

◇저금리에 예정이율도 떨어질 듯…보험료 부담은 커져

보험료 인상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생보사들은 보험상품 예정이율 인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며 시장금리도 함께 내려갔다. 보험사는 저금리 환경에서 높은 운용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 예정이율도 함께 떨어뜨린다. 예정이율은 보험상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예상수익률을 뜻한다.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소비자로부터 받아야 할 보험료는 커진다. 예정이율이 0.25%p 내려가면 통상 보험료는 5~6% 오른다. 현재 주요 보험사의 예정이율은 2.5~2.7%대로 최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보험상품의 연이은 보험료 인상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를 못한 책임을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하면 안 된다”며 “사업비 절감 등을 통해 보험사가 어느 정도의 손실을 흡수해야 한다”며 보험료 인상폭 축소를 유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손해율을 개선하기 위해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손보험은 의료 이용량에 따른 할인·할증제 도입을 예고했고, 자동차보험 제도개선안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19일 취임 후 처음으로 보험사 사장단과 만나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보험산업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관련 현안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