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20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평가받는 스타트업을 흔히 ‘유니콘’이라 부른다. 많은 벤처 창업자가 꿈꾸는 성공의 상징이다. 투자가들로부터 사업의 성장성과 제품의 독창성, 서비스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유니콘 스타트업이 가장 많은 곳은 미국, 그 다음은 중국이다. 스타트업 전문 매체인 미국 CB인사이츠 집계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세계 유니콘 기업은 395개이며 그중 미국 기업이 195개, 중국 기업이 96개다. 그 뒤를 영국(20개), 인도(19개), 독일(10개), 대한민국(9개)이 따른다.
필자가 근무하는 레전드캐피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국 유니콘은 2019년 1분기 말 기준 총 222개였다. 특히 2018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탄생한 유니콘 기업이 74개에 달했다. 5일에 하나꼴로 나온 셈이다. 스타트업은 비상장 기업인 경우가 많아 조사기관별 집계 방식에 따라 숫자에 차이가 난다. 어쨌든 중국에 유니콘 기업이 아주 많다는 것은 틀림없다.
중국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인공지능 산업을 도와주고 격려하는 정책을 발표하며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개방형 인공지능 플랫폼을 지원하는 정책, 자율주행 자동차에 관련된 규범 정책 등 여러 정책을 기획할 때부터 바이두(百度)와 같은 이 분야의 선도 민간기업을 참여시키며 민(民)과 관(官)이 함께 큰 그림을 그려 나가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지방정부도 마찬가지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등 20여 개 성(省)과 시에서 인공지능 서비스 이용을 장려하고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일례로 상하이시는 향후 100여 개의 인공지능 응용 시범 프로젝트를 설립하고 인공지능 테마 단지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선전시는 지하철역, 공항 같은 공공장소에서 인공지능 솔루션이 결합된 폐쇄회로(CC)TV를 사용한다. 하루 약 2000만 장의 얼굴 사진을 찍으며 범죄 용의자를 추적, 판별한다. 이렇게 지방정부가 첨단 기술의 고객이 되어 상업화를 지원하니, 인공지능 이미지 인식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유니콘으로 커 나가는 밑거름이 된다.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차세대 정보기술(IT) 인프라 영역인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서 정보 인프라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은 반드시 중국 내에 데이터를 저장해야 한다. 이런 규제를 통해 정부가 자국 클라우드 인프라 산업을 간접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알리바바클라우드, 킹소프트클라우드, 유클라우드와 같은 대형 유니콘 기업들이 이렇게 탄생했다.
전기차 관련 인프라도 정부 차원에서 적극 확보할 예정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500만 대의 전기차를 수용할 수 있는 충전 설비를 확보하며 배터리 관련 설비 투자도 460억 위안(약 7조8000억 원)까지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제조업체에는 정부 차원에서 생산단지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일례로 바이톤(Byton)은 중국 정부와 난징시로부터 2억 달러(약 2400억 원)의 건설 지원금을 받아 생산공장을 마련했다.
중국의 유니콘 스타트업 지원 사례가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 참여자들, 정책가들, 지원기관 종사자들에게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이 원고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85호에 실린 ‘낙후됐던 인프라가 빠른 성장의 촉매제, 태풍 멈춰도 날수 있어야 진짜 유니콘’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박준성 레전드캐피털 파트너 piaojc@legendcapital.com.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