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흡연만 간접 폐해가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성인 3명 중 1명은 박 씨처럼 술에 취한 타인으로 인해 크고 작은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질병관리본부와 인제대 연구팀이 2017년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우리나라 국민의 음주행태 심층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응답자의 33.7%는 간접음주 폐해로 꼽힌 12개 항목 중 1개 이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알지도 못하는 술 취한 사람으로부터 ‘모욕을 당한 적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17.1%로 가장 많았다. 자신을 밀치거나 잡아 흔드는 등 불쾌한 신체 접촉을 경험한 사람(14.5%)도 많았다. 옷이나 소지품을 버렸다(9.0%)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한국 사람이 간접음주 폐해를 경험한 비율은 호주(70%)나 북유럽 국가(28∼53%) 등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실제와 달리 음주에 대한 사회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보고서를 낸 인제대 보건대학원 연구진은 “한국 사람들은 음주에 관대하다. 다른 국가에서 문제라고 인식될 정도의 희롱이나 말다툼을 폐해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재미’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송년회와 신년회 등 각종 술자리가 잦은 시즌이다. 적당한 음주는 모임의 분위기를 돋우지만 과한 음주는 가까운 동료나 이름도 모르는 타인에게 잊을 수 없는 괴로움을 줄 수 있다. 본인의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주변 사람을 위해서라도 술을 덜 마시는 연말이었으면 한다.
위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