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달 서비스 앱 1위인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독일계 음식배달 서비스 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DH)에 매각된다. DH는 이미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을 인수한 터라 한국 음식배달업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음식 가방을 매단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다녀서 후줄근해 보일지 모르지만 4차 산업혁명의 기술이 배달 앱에 총집약돼 있다. 음식점 검색 및 추천에서 음성 주문, 결제까지 인공지능(AI)을 통해 해결하고 있고,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개발해 시험 중이다. 로봇이 사람도 아니고 차도 아니어서 인도로 달려야 할지, 차도로 달려야 할지 제도가 미처 못 따라오고 있는 실정이다.
▷‘배달의민족’ 지분 87%의 인수 금액은 4조8000억 원으로 국내 인터넷기업의 인수합병(M&A) 금액으로 사상 최대다. 최근 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격으로 제시한 금액 약 2조 원의 2배를 훌쩍 넘는 금액이다.
▷외솔 최현배 선생이 작사한 한글날 노래 1절 첫머리는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로 시작한다. 신용하 전 서울대 명예교수 등에 따르면 고조선의 첫 도읍지 ‘아사달’은 ‘밝달 아사달’이라고도 했다. ‘밝달’이 고조선 민족의 상징적 호칭으로 확대되면서 고조선 사람들을 ‘밝달’ 사람이라고 불렀다. ‘밝달’을 한자로 음차 표기한 것이 ‘倍達(배달)’이다. 무일푼으로 음식점 전단 정보를 모아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도 안 돼 수조 원짜리 회사를 만들었으니 이 회사 대표 김봉진 씨와 직원들 역시 진취적인 배달의 자손이라 할 만하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