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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중거리미사일 亞 배치 검토”… 北-中-러에 동시 경고

입력 | 2019-12-16 03:00:00

美국방 “동맹들과 배치 긴밀 상의”… “北 핵무기 이미 보유” 이례적 언급
“협상중 다른 길 가지 말길” 압박… 비건, 北에 협상 복귀 설득 나설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왼쪽에서 세 번째)이 14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육군사관학교와 해군사관학교의 미식축구 경기에서 전반전 종료 직후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필라델피아=AP 뉴시스


북한이 비핵화 협상의 연말 시한을 앞두고 ‘중대 시험’을 이어가자 미국은 강온 양면 수위를 모두 높여 압박과 견제에 나섰다. 마지막까지 협상 시도는 계속하되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 특히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까지 겨냥한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의 중거리미사일 시험 발사로 경고 수위를 높였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3일(현지 시간) 미 외교협회(CFR) 강연에서 “북한이 핵무기들을 이미 갖고 있고 지금은 ICBM을 개발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 수장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에스퍼 장관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보류했는데도 북한이 미사일 시험을 이어가는 상황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는 여전히 고도의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을 완전히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북-미 핵 협상과 관련해서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하도록 노력하는 상황에서 다른 길로 되돌아가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이 아시아 및 유럽에 중거리미사일의 배치 계획을 밝힌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12일 국방부가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사거리 500km 이상의 중거리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힌 이후 “유럽과 아시아 등의 우리 동맹국들과 배치 가능성을 긴밀히 상의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번 중거리미사일 시험 발사는 8월 러시아와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 이후 두 번째로 이뤄진 것. 북한에 대한 경고 목적을 담아 ICBM인 미니트맨을 발사할 것이라던 전망과는 다른 행보였다. 하지만 에스퍼 장관이 아시아 지역 내 배치 검토 의사를 재차 밝히면서 북한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까지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국방부는 현재까지 미국으로부터 중거리미사일 배치와 관련한 공식 요구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중거리미사일이 한반도에 배치되면 요격 무기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후폭풍이 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일단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의 방한 기간에 북한을 달래며 협상 테이블 복귀를 설득할 방침이다. 비건 지명자는 16일 문재인 대통령 예방,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및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의 오찬을 통해 비핵화 협상 모멘텀 유지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부장관 지명자가 판문점 북-미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향적인 대북 메시지가 없는 한 성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북-미 양측은 지난주 뉴욕 등에서 접촉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 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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