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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억 넘는 아파트 대출 금지…초강력 규제 카드 꺼낸 정부

입력 | 2019-12-16 21:11:00


정부가 16일 강도 높은 대출 규제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면서 앞으로 은행 대출을 받아 고가 주택을 구입하는 게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현금 부자’가 아니면 정부가 정한 규제 지역에서 빚내서 집사지 말라는 뜻이다. 기존 대출의 실수요자 요건과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규제도 한층 강화된다.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나 자녀교육 등을 위한 ‘강남 진입 수요’를 일단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 대출 규제, 실수요자 강남 진입도 차단 의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등 규제 지역에서 시가(KB 부동산시세 또는 한국감정원 가격) 15억 원 넘는 초고가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17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결국 15억 원을 넘는 아파트를 모두 현금으로 구매해야 하는 셈이다. 아파트를 14억9000만 원에 사기로 했더라도 공인된 시가가 15억 원을 넘으면 규제를 받게 된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도 해당된다. 다만 아파트가 아닌 일반 주택은 제외된다.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조합원이 1주택자로서 조합설립 인가 전까지 1년 이상 거주했다면 불가피한 사유를 인정받아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 시가 15억 원 초과 아파트를 이미 보유한 사람이라면 주택 구입용이 아니라 생활안정자금이나 자녀 결혼자금 마련 용도로는 연간 1억 원 내에서 여전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15억 원 밑으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로 대출을 통제한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는 시가 9억 원 이하는 지금처럼 LTV를 40%로 인정해주지만, 집값이 9억 원 초과~15억 원 이하면 9억~15억 원 구간에는 LTV를 20%만 적용하는 것. 예를 들어 시가 14억 원인 주택에 대한 담보대출을 받을 때 집값 중 9억 원까지는 기존 LTV 40%(3억6000만 원)를 적용하고 9억 원을 넘어서는 나머지 5억 원에 대해서는 LTV 20%(1억 원)를 인정한다. 기존에 5억6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었던 대출 가능액이 4억6000만 원으로 1억 원 줄어든다.

규제 지역의 시가 9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해 담보대출을 받을 때 적용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더욱 강화된다. DSR는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개념이다. 지금은 이 규제가 금융회사별 평균(은행 40% 이내, 비은행권 60% 이내)으로 적용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대출자가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 가령 연소득이 1억 원이고 신용대출로 1억5000억 원을 받고 있는 사람이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가능한 추가 대출액이 5억6000만 원에서 3억2000만 원으로 줄어든다.

● 임대사업자 대출 규제도 강화

실수요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요건도 더 까다로워진다. 기존에는 무주택 가구가 고가주택(공시가격 9억 원 초과)을 구입할 때 2년 안에 전입하는 조건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이젠 1년 이내에 전입해야 한다.

또 기존에는 규제 지역의 1주택 가구가 추가로 집을 사기 위해 대출을 받으려면 2년 내에 기존 주택을 팔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1년 내에 팔고 전입해야 한다. 고가주택의 기준도 공시가격 9억 원(시가 13억~14억 원)에서 시가 9억 원으로 낮췄다. 실제 거주하지 않고 투자용으로 집을 사서 시세차익을 보는 갭투자를 막아보려는 조치다.

다만 각 규제가 시행되기 전 이미 주택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낸 사람은 이번 규제를 받지 않는다.

한편 주택임대업 개인사업자대출에 대한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도 강화된다.  RTI는 연간 임대소득을 해당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지금은 RTI가 1.25 이상이면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앞으로 1.5 이상으로 강화된다. 대출이자에 비해 임대소득이 충분한 사업자만 대출을 받게 되는 것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