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추가도발 묵과 안한다’ 메시지
비건 만난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에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비건 대표를 접견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비건 대표는 이날 오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한미 북핵수석대표 회담 직후 북한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미리 준비해 온 A4용지 3장 분량의 입장문을 꺼내 북한의 카운터파트를 지목한 뒤 “직접(directly) 말하겠다. 이 일(비핵화)을 끝내야 한다(Let‘s get this done)”고 회담을 제안했다. 그는 “확실하게 얘기하겠다. 미국은 (북한의 주장과는 달리 협상) 데드라인이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지시로 우리 팀은 북측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북한이 자의적으로 설정한 연말 시한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동시에 비핵화 협상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이 본부장도 이날회견에 나란히 참석해 “비건 대표는 제게 외교와 대화를 통한 미국의 문제 해결의지는 지금도 변화 없다고 강조했다. 협상이 재개되면 북한의 모든 관심사를 심도있게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밤까지 묵묵부답이었다. 당초 비건 대표는 이번 방한에서 9·19 남북 군사합의의 이행 사항을 확인할 겸 비무장지대(DMZ) 방문을 검토했고 판문점도 들를 계획이었으나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대표는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오찬 회담 뒤 오후 3시경부터 2시간 정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 주한미군 기지를 방문했고, 오후 6시경 외교부의 환영 및 송년 리셉션을 소화했다. 일각에서는 17일 오전 중 비건 대표와 함께 방한한 앨리슨 후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 담당 보좌관 등이 북한과 접촉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비건 대표가 빈손으로 한국을 떠날 경우 당분간 북-미가 대화의 모멘텀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선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 중단 등 북-미 합의를 파기할 경우 강력한 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이 예고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겨냥해 “크리스마스는 신성한 휴일”이라며 도발 자제를 촉구한 비건 대표는 최근 북한의 비난 담화에 대해 “매우 적대적이며 부정적이고 불필요했다”고 유감도 표했다. 이어 “북한 관료들도 이런 성명이 그동안의 북-미 간 논의 내용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잘못된 협상 관행도 지적하고 북한의 최고 존엄 김정은이 설정한 데드라인도 무력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