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정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2019년 올해도 며칠 후면 저문다. 한 해를 되돌아보니 유난히도 마음이 앞서고 분주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느낌은 단지 필자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와 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 싶다. 특히 필자에게는 1월 초에 참관했던 CES에서 받은 자극, 일본 수출규제로 인한 우리 제조업의 근본적 경쟁력에 대한 고민 등이 큰 몫을 했다.
첨단산업의 최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인 CES에서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많은 제품과 기술을 목격했다. 하루가 다르게 진보하고 있는 AI, 생활편의에 사용되는 로봇, 실제 적용되는 자율주행 기술과 서비스, 첨단 정보기술(IT)과 융합된 스마트 헬스케어 제품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수많은 제품과 기술을 목격했다. 심지어 상상속의 플라잉카를 2020년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고 하니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예상보다 급진전되고 있음을 실감했다.
산업전반의 대변혁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새로운 기술, 제품, 비지니스 모델의 선점을 위해 기업들은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서라면 기존의 주력 사업영역을 벗어나 다른 산업군의 기업은 물론, 경쟁업체와의 합종연횡도 불사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강력한 라이벌인 벤츠와 BMW가 협력하여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추진하기도 한다.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인한 통상환경의 불확실성, 세계경제 성장 둔화 등 대외적 환경도 과거와 전혀 다른 질서로 변하고 있다.
연말에 기업들은 대내외 불확실성과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에 애쓰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직면한 산업대변혁의 도전을 잘 헤쳐가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과감한 결정이 요구된다. 현재의 사업구조를 면밀히 살펴보고 경쟁력 없는 분야는 과감히 걷어내고, 기존 제품의 독보적 경쟁력을 갖추는 노력과 더불어 새로운 제품으로의 사업전환 가속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곧 새해가 시작된다. 여느 신년과 달리 새로운 10년의 시작인 2020년이다. 오늘의 우리의 땀과 노력이 10년 후 2030년 우리 산업의 모습을 결정할 것이다. 기업들은 더 많은 고심 속에서 사업전환을 포함한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어렵게 결심한 사업재편 전략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는 가용한 정책수단을 최대한 동원하여 기업들의 성공을 도울 것이다. 최근 가동되고 있는 ‘제조업 르네상스 라운드테이블’을 기업 간, 업종 간에 벽을 허물고 지혜를 모아 민관이 함께하는 플랫폼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아무쪼록 2020년은 정부와 산업계가 공동운명체가 되어 산업대변혁의 파고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10년의 튼튼한 디딤돌을 놓은 한 해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