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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민주주의 지키겠다”며 국회 난장판 만든 폭력집회

입력 | 2019-12-18 00:00:00


자유한국당이 그제 주최한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 참가자들이 국회의사당 무력 진입을 시도하며 물리적 충돌을 빚으면서 국회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태극기, 성조기를 든 참가자들은 집회 해산 명령에 불응한 채 경찰을 뚫고 국회의사당에 진입하려고 했고 다른 정당 관계자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국회 경내 집회는 법령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다. 국회에 대한 물리력 행사를 금지해 다양한 민의가 공존하고 민주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집회가 명백히 국회를 위협한 불법 집회로 변질된 만큼 경찰은 엄정한 수사로 재발을 막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황교안 대표는 “이렇게 국회에 들어오신 것은 이미 승리한 것”이라며 국회 안 집회를 강행했다. 황 대표가 “불법이 있으면 안 된다” “깨끗하게 내려가 달라”고 만류했으나 이미 과열된 집회는 폭력 양상으로 번졌다. 더욱이 당내에선 국회 로텐더홀에서 촬영 중인 보수 유튜버에게 입법조사원 자격을 부여하자는 위법적인 제안까지 나왔다고 한다.

국회는 민의를 수렴하는 최후의 보루다. 갈등이 조정되고 타협이 이뤄져야 할 국회가 폭력으로 얼룩지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공수처법, 선거법을 두고 연일 극한 대치가 이어지고 민생법안은 줄줄이 좌초시킨 ‘정치의 실종’이 이런 사태를 불러온 것이다. 그런데 한국당 박완수 사무총장은 “당초 평화집회를 계획했지만 과열된 원인은 원천봉쇄한 경찰과 법적 근거 없는 4+1을 운영한 문희상 의장 책임”이라고 했고,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황교안 대표의 극우 공안정치가 우리 국회를 아비규환으로 만들었다”며 네 탓에만 여념이 없다. 고장 난 대의민주주의를 방증하는 국회 안 폭력 집회를 보고도 자성이 들리지 않는 국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