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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丁 후보자, 삼권분립 약화 우려 넘어설 협치 진정성 보여줘야

입력 | 2019-12-18 00:00:00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이낙연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명했다. 정 총리 후보자는 쌍용그룹 임원을 거쳐 1996년 15대 총선에서 정치권에 입문한 뒤 내리 6선을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장관과 열린우리당 의장을 역임했고, 이번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냈다. 국회의장을 지낸 인사가 총리 후보에 지명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권력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위해 입법, 행정, 사법부의 삼권분립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독주를 견제하는 헌법적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야당이 국회의장 출신의 총리 지명을 ‘삼권분립 원칙 훼손’이라고 문제 제기하는 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국가 의전서열 2위의 입법부 수장이 의전서열 5위의 행정부 2인자로 옮겨가는 것이 국회의 격(格) 추락을 넘어서 자칫 삼권분립을 약화시키고 ‘행정부 우위’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다는 우려도 있을 것이다.

이런 점때문에 정 후보자도 총리 제의를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정 의원을 총리로 낙점한 것은 주변 여건이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인사는 메시지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총리 인선의 핵심 메시지는 ‘경제와 협치’로 집약될 수 있다. 우선 정 후보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통이다. 민간기업에서 실물경제를 경험한 데다 산자부 장관으로서 경제 정책을 다뤄보면서 민관 경험을 공유했다는 남다른 강점이 있다.

정치권에서 정 후보자는 온화하고 합리적 성품으로 여야를 떠나 적이 별로 없다는 평가를 대체적으로 받고 있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여야 간 극한 대치는 더 가속화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정책을 원활하게 집행하기 위해선 여야를 넘나드는 총리의 소통과 협치 노력이 절실해질 것이다. 국회의장 출신의 총리 지명이라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명이 강행된 만큼 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을 통해서 국민과 야당에 협치와 통합의 진정성과 비전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