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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찰·검찰·법원·국과수가 합작한 살인 누명 20년 옥살이

입력 | 2019-12-18 00:00:00


경찰이 어제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담당 경찰과 검사 등 8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정식 입건했다. 또 당시 윤모 씨를 진범으로 모는 데 결정적 증거가 됐던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도 조작됐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과수 감정인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자신의 연구를 감정에 사용하는 과정에서 시료의 분석 결과 값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비록 30여 년 전 일이라고는 하지만 윤 씨가 진범으로 몰리는 과정을 보면 우리 사법시스템이 사회적 약자에게 얼마나 부당하게 작동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경찰은 소아마비 장애로 한쪽 다리를 저는 윤 씨에게 쪼그려 뛰기와 구타를 하고 자백을 받기 위해 3일간 잠을 재우지 않았다. 진실 규명의 최후 보루인 국과수는 감정 결과를 조작했다. 담당 검사는 실제 현장 상황과 윤 씨의 자백 내용이 다른 부분이 많았지만 현장 검증을 하면서도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다리가 불편한 윤 씨가 피해자 집 대문이 열려 있었는데도 굳이 키보다 높은 담장을 왜 넘었는지, 담장에는 손발을 쓴 흔적이 왜 없었는지, 의문을 품을 대목이 수두룩했는데도 검찰은 물론이고 재판부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윤 씨에게 배정된 국선변호인은 결심 공판 때 아무런 이유 없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 대신 떠맡은 다른 국선변호인은 윤 씨를 만나지도 않았다.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 씨가 무죄를 주장했지만 국선변호인은 초범이고 장애로 인한 우발적 범행이라며 선처를 부탁하는 황당한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항소이유서가 두 가지 상반된 내용으로 작성됐음에도 2심, 3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사법부는 대체 사건 기록을 제대로 읽어본 것인가. 사건 수사부터 최종심까지 이르는 전 과정에서 자기 직분을 다하는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었더라도 억울한 살인범 확정 판결까지 다다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 사이 담당 수사관들은 특진이라는 포상을 받고 은퇴했고, 윤 씨는 2009년 20년을 복역한 후에야 가석방됐다.

경찰이 정식으로 입건했지만 이 사건은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하다. 당시 관련자들도 이 점을 노려 숨거나 이미 사망한 동료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국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한 젊은이의 인생을 무참히 짓밟은 사건이다. 가담 정도, 처벌 유무를 떠나 관련자들 모두 윤 씨 앞에 서서 진심 어린 사죄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