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감정서 이춘재 DNA 확정 기대… 체모 확보 위해 압수수색 영장 신청 당시 수사했던 검사-형사 8명 입건… 초등생 피해자 사체은닉 혐의도 “국과수 감정때 중대 오류 확인”… 감정 조작됐다는 檢주장과 차이
경찰이 화성 연쇄살인 여덟 번째 사건 때 이른바 ‘진범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당시 수사 검사와 형사를 입건했다. 공소시효가 모두 지나 처벌보다는 진상 규명에 초점을 둔 입건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사건 특별수사본부는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에서 발생한 박모 양(당시 13세) 살인사건 이후 윤모 씨(52)를 범인으로 몰아 불법 체포한 혐의 등으로 당시 화성경찰서 형사계장 A 씨 등 퇴직 경찰관 7명과 수사 지휘 검사 B 씨(현재 변호사)를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윤 씨는 이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복역하다가 2009년 가석방됐고, 최근 재심을 청구했다.
수사본부가 화성 연쇄살인 8번째 사건의 ‘진범 조작’ 의혹을 밝히기 위해 수사 대상에 올린 관계자는 모두 52명이다. 경찰은 이 중 이미 숨진 11명과 소재를 알 수 없는 3명을 뺀 38명을 조사해 입건할 피의자를 추린 것이다. 이들에게는 직권남용과 불법 체포 및 감금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B 씨는 경찰이 범인이라며 검거한 윤 씨를 구속영장 등 법적 근거나 절차 없이 75시간 동안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를 포함해 입건된 경찰관 대부분에겐 불법 체포와 감금 외에 독직폭행, 가혹행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도 적용됐다. 허위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윤 씨를 폭행하고 잠을 재우지 않은 혐의다. 8차 사건 수사기록에 포함된 목격자 진술조서 중 일부는 목격자를 부르지도 않은 채 작성된 사실도 확인했다.
수사본부는 모두 10건의 화성 사건 외에도 이춘재가 자기 소행이라고 자백한 1989년 7월 초등학생 김모 양(당시 9세) 살인사건 때 A 씨가 김 양의 유골 일부를 은닉한 것으로 보고 사체은닉 혐의도 적용했다. 김 양 사체 은닉 혐의로 다른 퇴직 경찰관 D 씨도 함께 입건됐다. A 씨와 D 씨는 김 양이 실종되고 5개월 뒤 김 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줄넘기에 결박된 양손 뼈를 발견하고도 이를 감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춘재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김 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해 유기했다”고 자백하며 “김 양의 양손을 줄넘기로 묶었다”고 했다.
검찰 내에선 경찰이 전직 검사 B 씨를 입건한 것을 두고 “경찰이나 국가기관이 제출한 증거가 조작됐는지를 엄밀히 살피라고 존재하는 게 검사 아니냐”며 “실체를 명백하게 밝히는 게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한 검찰 관계자는 “폭행 등 가혹행위에 직접 가담한 정황이 있는 경찰관과 이를 찾아내지 못한 검사의 과오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건 경찰의 ‘물타기’”라고 말했다. 경찰은 16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이춘재의 신상(이름과 나이)을 공개하기로 했다. 수감 중인 이춘재의 얼굴 공개는 본인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수원=이경진 lkj@donga.com / 조건희·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