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부 ‘AI 국가전략’ 발표 결손인원 활용… 수도권 규제 풀어 민간전문가 교수겸직 허용… AI반도체 개발에 1조 지원
15년째 55명으로 묶여 있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비롯해 수도권 주요 대학의 인공지능(AI) 관련 학과 정원을 다른 과 정원을 줄이지 않고도 대폭 늘릴 수 있게 된다. 정부가 각 대학의 학생 정원에 미달하는 결손 인원을 활용해 AI 관련 학과를 신·증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또 삼성전자 구글 등 국내외 민간 기업체에 소속된 AI 전문가를 교수로 임용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7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53회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I 국가전략’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략은 문 대통령이 10월 28일 네이버 개발자대회 ‘데뷰 2019’에 깜짝 참석해 발표한 ‘인공지능 기본구상’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담고 있다.
AI 학과 신·증설은 각 대학의 결손 인원 규모 내에서만 가능하다. 가령 결손 인원이 300명 안팎인 서울대의 경우 컴퓨터공학과, 반도체공학과 등이 한 해 300명 안팎까지 정원을 늘리거나 AI 학과를 신설하는 길도 열린다.
또 AI용 지능형 반도체 개발에 1조9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기존의 메모리반도체에 시스템반도체의 연산 기능을 더한 새로운 반도체 개발을 지원한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세계 최고의 메모리반도체 경쟁력을 지렛대 삼아 AI 반도체 분야 세계 1위를 목표로 한 전략적 투자”라고 설명했다.
AI 연구개발(R&D)을 위한 거점도 조성한다. 2024년까지 3939억 원을 투입해 광주에 자동차와 에너지, 헬스케어 분야를 중심으로 한 AI 집적단지를 만들고 서울과 대전, 경북 포항 등에도 주요 R&D 인프라를 중심으로 한 AI 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날 정부가 발표한 3대 분야, 9개 전략, 100대 실행과제가 망라된 AI 국가전략이 ‘백화점식 정책 나열’이어서 오히려 실행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