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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퍼 “北, 만족 못하면 ‘불특정 시험’ 할것”… ICBM 도발 경계

입력 | 2019-12-18 03:00:00

“한반도 25년 지켜봐 北전략 익숙”… 北 도발땐 강경한 대응 시사
中-러,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 제출… 남북 철도연결-6자회담 재개 담아
한국과 사전 공유… 韓, 입장 안밝혀… 美 “제재완화 고려할 때 아니다” 일축




김정은, 김정일 8주기 참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8주기를 맞아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전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에 공개적으로 대화를 제안했으나 북한은 이날 오후까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앞줄 왼쪽부터 김재룡 내각총리,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 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리만건 노동당 부위원장. 노동신문 뉴스1

북한 핵협상 및 도발 움직임을 두고 미국 대 중국-러시아의 대결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6일(현지 시간) “북한이 만족했다고 느끼지 않으면 불특정 시험들(tests)을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이날 룩셈부르크의 미군 묘지에서 열린 벌지전투 74주년 기념식 연설을 마치고 귀국하던 비행기에서 이같이 말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에 나설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나는 사반세기(25년) 동안 한반도를 지켜봐서 그들의 전략과 엄포에 익숙하다”며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정치적 합의에 대해 우리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강경한 대북 접근법을 예고했다.

이런 기류와 달리 중국과 러시아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 사업 허용과 북한 해외 노동자 송환 등 대북제재 일부 해제와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기습 제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제출된 것은 처음이다. 두 나라는 해당 결의안을 제출하기 전 그 내용을 한국 정부와도 공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과 러시아는 결의안 초안에서 “대북제재위원회가 인도주의와 민간 생계 목적의 대북제재 면제 요청에 가장 우호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동상 수출 금지(대북제재 결의 2321호) △해산물 수출 금지(2371호) △섬유와 의류 수출 금지(2375호) △북한 해외 노동자 송환(2375, 2379호) 등 북한의 외화 획득과 관련된 분야의 제재 해제를 거론했다. 두 나라는 “남북 철도와 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기존 대북제재에서 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17일 “북-미 대화 촉구와 북핵 6자회담 재개 호소, 북한의 안보리 결의 준수 상황에 따라 일부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이날 “제재 완화를 고려할 때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관계 전환, 항구적 평화 구축,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향한 외교에 전념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해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중국 러시아 당국자와의 소통을 통해 남북 철도 및 도로 협력 제재 완화 등이 결의안에 포함된 것을 사전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미국 등 상임이사국들이 반대하면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중국과 러시아에 특별한 입장을 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남북협력사업이 해당 결의안의 제재 완화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란 분석도 나온다. 북한과 지난해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에서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고, 현지 조사를 위한 제재 면제를 미국과 유엔에 요청했던 만큼 중-러 결의안에 반대했다가는 남북 합의정신을 위반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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