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정 산업2부 차장
지난달 글로벌 뷰티 기업인 에스티로더에 인수된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 ‘닥터자르트’를 만든 사람은 이진욱 해브앤비 대표(43)다.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축감리회사에서 일하던 이 대표는 피부과에서 비비크림을 접한 뒤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2004년 28세의 나이로 이 대표가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시작한 닥터자르트를 에스티로더는 2조 원에 사갔다.
수천만 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사업을 수조 원의 글로벌 회사로 성장시킨 자수성가 최고경영자(CEO)들의 성공 스토리는 그 자체로 많은 청년들을 창업으로 이끈다. 실제로 최근 국내 벤처업계에는 실력을 가진 젊은 창업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벤처기업협회가 발표한 ‘2018 벤처천억기업’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매출 1000억 원이 넘은 벤처기업은 587곳이었다. 이 587곳의 전체 종사자는 22만5442명이다. 재계 순위로 따지면 삼성(25만여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전체 매출액은 134조 원으로 삼성, SK, 현대자동차에 이어 재계 4위 규모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술이 이끄는 새로운 경제 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성장하는 혁신 벤처기업들이 많아져야 한다. 과감한 규제 혁신으로 인재들이 적극 창업에 뛰어들게 하고, 대기업들의 벤처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도 속도를 내야 한다.
“모든 위대한 것의 시작은 별 볼 일 없었다.” 김봉진 대표가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애플과 아마존도 초기에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했다. 안정적인 대기업 취업이나 공무원 시험 대신 가시밭길 창업을 선택한 이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