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 부동산 대책 후폭풍] 주택대출 규제 첫날 혼란… “가용자금 탈탈 털어 돈 마련했는데 돈줄 막혀 내집 마련 꿈 접어야”… 은행 문의전화 쏟아져 업무마비 “정책 너무 자주 바뀌는 통에 언제 집 사야할지 도통 감이 안와”
12·16부동산대책이 발표된 다음 날인 17일 서울 강남구, 서초구 등 시가 15억 원 초과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의 은행 점포에는 대출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가 하루 종일 쏟아졌다. 은행 지점에서는 혹시라도 대출을 받지 못할까 발을 동동 구르며 방문한 소비자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정부가 최소한의 유예 기간도 없이 초강경 대책을 갑자기 쏟아내면서 소비자뿐만 아니라 은행들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와 관련된 기준을 16일 저녁 은행들에 전달했지만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창구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곤혹스러워했다.
○ “서울에 내 집 마련 꿈 접어야 할 판”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해 보기 위해 기회를 엿보던 무주택 실수요자들은 이번 대책 발표로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강남 진입이 좌절된 학부모들도 좌절감을 나타냈다. 서울 강동구의 주부 김모 씨(40)는 내년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대출을 최대한 끌어모아 잠실이나 강남으로 입성하는 꿈을 갖고 있었다. 김 씨는 “15억 원 초과가 대출 금지면 사실상 현금 부자들만 강남에 갈 수 있는 것”이라며 “전세라도 들어가고 싶은데 전세자금대출도 막아놓아 방법이 안 보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중은행에는 대출 가능 여부를 확인하려는 문의가 폭주했다. 준비할 시간도 없이 하루아침에 대출을 막아버리면 어떡하느냐란 원성도 쏟아졌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12·16대책 발표 이후 밀려드는 상담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정부가 명확한 대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자는 물론이고 인근 공인중개업소까지 문의 전화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장한평역금융센터 지점장은 “대출 규제가 계약 가격이 아니라 ‘시세’를 판단 기준으로 삼다 보니 정확한 기준을 묻는 수요자들의 문의가 많다”고 밝혔다.
○ 중개업소에서는 계약 포기 사례도 속출
부동산 현장에서는 당장 대출이 막혀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래미안강동팰리스’ 전용면적 84m²를 구입하려던 이모 씨(44)는 12·16대책이 발표된 직후 계약을 포기했다. 14억 원의 매입 가격 중 5억6000만 원을 주택담보대출로 충당하려고 계획했지만 정부 발표에 따라 4억6000만 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씨는 “모든 가용 자금을 탈탈 모아 겨우 돈을 마련했는데 부동산 대책이 너무 갑작스럽게 나온 탓에 마지막 1억 원을 구할 곳이 정말 마땅치 않게 됐다”며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일단 아파트 구입은 포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업계 역시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어제 오후부터 집을 사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묻는 실수요자들이 많다”며 “현재로선 불확실한 게 너무 많아 당분간 지켜보자는 얘기밖에 해줄 게 없다”고 말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정순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