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총리 지명]文대통령 ‘국회의장 출신’ 첫 지명
17일 국무총리로 지명된 정세균 전 국회의장(오른쪽)이 이낙연 총리와 지난해 12월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8주년 기념식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 전 의장을 후임 총리로 지명하며 “경제를 잘 아는 분”이라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뉴스1
지난달부터 한 달 넘게 후임 국무총리 인선을 놓고 고심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은 결국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 출신이 행정부의 2인자인 총리로 가는 건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 지명을 밀어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지명 배경 등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인선을 발표한 것은 2년 7개월여 만이다.
○ 총리 인선에서 ‘경제’ 키워드 놓지 않은 文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의 지명 이유에 대해 “우선 경제를 잘 아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공한 실물 경제인 출신이며, 노무현 정부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수출 3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쌍용그룹 임원 출신의 6선 의원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총리 지명 발표가 끝난 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등 3실장과의 대화에서 “(정 후보자를) 비상한 각오로 모셨다”고 말했다. 노 실장과 김상조 정책실장 등에게 정 후보자와 호흡을 잘 맞춰 경제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 文 “주저함 있었지만 협치·통합·화합이 더 중요”
문 대통령이 설명한 정 후보자 발탁의 두 번째 이유는 ‘협치’다. 문 대통령은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 임명을 통해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을 놓고 여야가 격렬하게 맞붙고 있는 상황을 풀어 나갈 계획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정 후보자의 협치 경험을 높게 평가했다”며 “여야와 잘 협조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정 후보자도 지명 직후 소감에서 “경제 살리기와 국민 통합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의 인선에 따라 정치권과 관가에서는 “역대 가장 중량감 있는 총리”라는 말이 나온다. 당 대표만 세 차례 지낸 정 후보자는 당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장관, 국회의장을 두루 거쳤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총리가 지휘해야 하는 장관 가운데 중진 의원이 다수 있다는 점도 ‘중량감 있는 총리’를 찾은 이유”라며 “경험 적은 총리는 이런 내각을 통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여당 대표 출신 5선 의원이고 진영 행정안전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선수(選數)를 합하면 13선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친문(친문재인) 색채가 강하지 않은 정 후보자와 청와대의 호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여권 관계자는 “당장 전·현직 정무수석 세 사람이 모두 정 후보자와 밀접한 관계”라며 그런 우려를 일축했다. 전병헌 전 수석과 강기정 수석은 대표적인 ‘정세균계’로 분류되고, 한병도 전 수석과 정 후보자는 같은 전북 출신으로 가깝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박효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