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백남준’展 큐레이터가 본 백남준과 작품 “세계문화에 큰 영향… ‘비디오아트 창시자’ 그 이상”
‘TV 정원’(1974-7). 라바글리아 씨는 “백남준의 작품은 토막 영상으로 구성돼 인터넷 세대에게도 지루하지 않다. 미술계 관람객은 처음엔 회화처럼 훑어보고 다시 와 영상을 꼼꼼히 감상한다”고 말했다. ⓒTate(Andrew Dunkley)
발렌티나 라바글리아
―‘백남준’전에 어떻게 함께했나.
“대여 작품 목록이 확정된 지난해 봄부터 합류했다. 테이트 소장품 디스플레이를 맡아 히토 슈타이얼, 구스타프 메츠거, 오메르 파스트 등 미디어 작품 경험이 많았다. 실험음악과 플럭서스, 1960∼70년대 예술을 개인적으로도 좋아한다.”
―준비 과정은 어려웠는지….
―보존 문제도 있었나.
“과거에는 버려진 CRT(브라운관) TV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쓰레기장에서도 찾기 어려웠다. ‘TV 정원’을 위해 보존 팀에서 여러 재활용센터에 연락했지만 맞는 것을 못 구했다. 결국 이베이(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서 찾았다. 요즘은 오프라인 상점보다 이베이를 자주 활용한다. 하하.”
―전시로 새롭게 느낀 것이 있다면….
백남준의 1960년대 설치 작품을 볼 수 있는 ‘실험’ 전시장(오른쪽 사진). ‘카메라 세 대 참여/참여 TV’(1969년)에 관람객이 잔상을 비춰본다. 왼쪽 사진은 ‘인터넷 드림’(1994년). ⓒTate(Andrew Dunkley)·런던=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백남준의 동양 철학은 어떤 관점으로 봤나.
―가장 애착이 가는 전시장은….
“단연코 ‘Exposition of Music-Electronic Television’(백남준 첫 개인전 복원 공간)이다. 이번에 연구하며 이 개인전이 얼마나 혁명적이고 전복적인지 알게 됐다. 음악은 물론이고 참여 예술, 퍼포먼스, 기술과 시각 예술의 경계를 종합적으로 허물었는데, 이걸 아주 자연스럽게 해냈다. 대단한 업적이다.”
―관객 반응은 어떤가.
“관객층이 다양해 놀랐다. 20세기 작가 회고전인데 젊은 관객도 좋아한다. 카세트테이프, LP판 같은 구식 기술이 레트로 감성을 자극한다. 아는 세대에겐 향수를, 모르는 세대에겐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개인적으로 ‘최초’에 의미를 부여하진 않는다. 오히려 그가 기술에 깊이 관여해 경계를 밀고 나간 것이 의심할 여지 없이 중요하다. 1980년대 MTV 미학이 백남준에서 왔다는 말을 가볍게 여겼는데, 세계인이 그의 이름은 몰라도 문화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 또 플럭서스 창립자인 조지 머추너스가 백남준을 발견했을 때, 그는 실험음악으로 이미 플럭서스적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플럭서스가 갈등으로 해체돼도 백남준은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개척했다.”
런던=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