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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해외도피’ 한보그룹 정한근 “충동적으로 도망…자수하려 했다”

입력 | 2019-12-18 11:29:00

© News1


 국외 도피 21년만에 붙잡혀 국내로 송환된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넷째 아들 정한근씨(54)가 법정에서 “고의로 20여년간의 도피생활을 이어간 것은 아니며 자수를 하려 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윤종섭) 심리로 18일 열린 정씨의 심문기일에서 정씨는 “아버지에게 누를 끼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움직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씨의 구속기한이 이번주 만료되는 가운데 재판부는 구속기간 연장 여부를 심리하기 위해 이날 오전 공판기일에 이어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1998년 7월 중국을 시작으로 홍콩, 미국, 에콰도르를 거쳐 지난 6월 파나마 이민청에 의해 체포되기 전까지의 과정과 어떠한 신분으로 살았는지를 정씨에게 물었다.

정씨는 ‘붙잡히지 않았으면 계속 도피했을 것이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그러진 않았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는 범죄가 돼버렸지만 당시에는 상황 자체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고 답했다.

이어 정씨는 “구체적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한국을 떠났다”며 “아버지가 재판을 받고 언젠가 나오면 제 문제를 해결해주고 저는 돌아갈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다. 이렇게 오래 길어지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정씨는 또 “자수를 할 생각으로 주변을 정리하고 최종적으로 거취를 정하려던 차에 잡혔다”며 “파나마에서 그런 식으로 잡혀서 들어오기 싫었지만 ‘아버지가 고향에 가고 싶어 해서 나를 데려가는구나’라고 생각하며 들어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씨의 구속연장 여부를 묻는 재판부에 물음에 검찰은 “오래 도피생활을 했고 혐의가 가볍지 않다”며 구금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씨 측 변호인은 “정씨에게 도망 우려나 증거인멸 우려는 없다”면서도 “정씨는 법원이 선고할 형량까지 다 감내하고 수감돼있겠다는 입장이라, 구속상태로 재판이 계속 이어지는 것에 대한 이의는 없다”고 말했다.

심문에 앞서 진행된 공판에서 검찰은 연내 정씨를 추가기소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정씨는 1997년 11월 한보그룹이 부도가 나자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주식회사(EAGC) 자금을 스위스에 있는 타인명의 계좌에 예치해 횡령하고 재산을 국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기소됐다.

정씨는 당시 동아시아가스가 보유하고 있던 러시아의 ㈜루시아석유 주식 27.5% 중 20%를 러시아의 시단코회사에 5790만 달러에 매도한 뒤 2520만 달러에 매각한 것처럼 허위계약서를 작성, 3270만 달러(당시 환율기준 약 323억원)를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정씨가 나머지 7.5%에 대해서도 횡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계자를 소환해 조사하는 등 수사를 꾸준히 진행해왔고, 정씨는 최근 이 부분에 대해 횡령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연내 정씨를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