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한돌’ 개발자인 이창율 NHN 팀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바디프랜드 사옥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제1국에서 92수 만에 패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 News1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을 이겼다.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을 꺾었던 ‘알파고’(AlphaGo)보다 강한 것으로 알려진 토종 바둑 AI ‘한돌’(HanDol)이 무릎을 꿇었다.
이 9단은 18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열린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92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이날 이 9단과 맞붙은 한돌은 NHN이 개발한 국산 AI 바둑 프로그램이다. 지난 1999년부터 ‘한게임 바둑’을 서비스하며 축적해 온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10개월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2017년 12월 출시됐다.
개발사 NHN은 2019년 현재 버전인 한돌 3.0의 ‘엘로 레이팅’(Elo rating)을 4500 이상으로 추산했다. 지난 2016년 이 9단과 맞붙은 ‘알파고 리’는 3700, 인간 9단은 평균 3500 정도로 평가된다. 엘로 레이팅이 상대보다 150 정도 높으면 승률이 60~70% 정도 되고, 400 이상 높으면 이기기 힘들 정도의 수치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이번 대국은 이 9단이 흑을 잡고 두 점을 깔고 시작하는 ‘치수고치기’로 치러졌다. 실력이 약한 쪽이 미리 바둑돌을 일부 깔아놓고 대국하는 접바둑을 두며 결과에 따라 다음 대국의 조건을 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결과적으로 2점 접바둑에 대한 학습량이 부족했던 게 한돌의 패인이 됐다. 평소 한돌은 동등한 조건에서 대국하는 ‘호선’(맞바둑)을 학습했고, 2점 접바둑을 준비한 기간은 2개월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이날 한돌은 경기 중반 축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기초적인 실수를 범하며 속절없이 경기를 내줬다. 해설을 맡은 김만수 8단은 “접바둑은 AI를 개발하기 더 어려워 황당하게 두는 경우가 있다”고 짚었다.
이번 1국에서 승리한 이 9단은 19일 열리는 2국에서 한돌과 호선으로 맞붙게 된다. 알파고와 호선으로 맞붙었던 지난 2016년 AI와의 대국 상황을 약 3년 만에 재현하는 셈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