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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화염과 분노’ 복귀 시사… 비건은 中 찾아가 대북접촉 타진

입력 | 2019-12-19 03:00:00

北 도발 움직임에 긴박해진 美




북한이 미국의 잇단 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강경 행보를 밀어붙일 조짐을 보이자 미국의 막판 대응도 한층 긴박해지고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추정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예고한 시점까지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 中 단속하며 대북 압박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美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겸 부장관 지명자가 한국과 일본에 이어 19, 20일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런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비건 대표가 판문점 회동 제안에 대해 북한의 답변을 듣지 못하고 ‘빈손 출국’을 한 날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하며 미국의 허를 찔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북한이 ICBM 발사 시 이미 ‘최대 압박’ 수준이라고 공언해 온 대북제재 강도를 더 높여야 하는 만큼 국제사회와의 사전 협력 관계 구축이 필요하다.

비건 대표의 중국행은 그가 한반도 주변에 머무는 기간을 늘려 북한과의 접촉 가능성을 계속 타진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효과도 있다. 마지막까지 북한을 향해 “대화에 응하라”고 촉구하는 동시에 외교 실패 시에 대비한 명분을 쌓는 셈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한미일 소식통을 인용해 “비건 대표는 서울에 도착하기 전 판문점 협의를 제안했지만 북측이 협의에 응하는 조건으로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며 “비건 대표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18일 보도했다. 


○ “트럼프 모욕하면 제재는 시작에 불과할 것”

미국은 북한이 끝내 ICBM 발사 등 선을 넘는 도발을 감행하면 전략폭격기의 전개를 비롯해 2017년 당시 ‘화염과 분노’ 국면에서 검토됐던 군사적 대응도 마다하지 않을 태세다.

찰스 브라운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은 이날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될 것”이라며 “(시점이) 성탄 전야냐, 성탄절이냐, 신년 이후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앞서 생각하고 있다”며 “2017년 당시 (준비)하고 있었던 많은 것들의 먼지를 떨어내고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전략폭격기 B-1이나 B-2 스피릿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부인하지 않았다.

백악관 당국자들은 “북한이 ICBM 발사 같은 고강도 도발에 나설 경우 제재는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백악관 관리들과 접촉한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가이익센터(CNI) 한국담당 국장에 따르면 백악관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ICBM 시험 발사 중단 약속을 깨뜨려 자신을 바보로 만드는 것에 모욕감을 느낄 것이며, 이 행위를 재선 가능성을 훼손하려는 시도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이날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은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 2017년 당시의 ‘포괄적 최대 압박(comprehensive maximum pressure)’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대북제재 강화 △한미 연합훈련 강화 △핵전략자산 집중 전개 등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김정안 특파원 / 한기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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