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자국 우선주의와 북핵 위협으로 국가의 생존 걸린 외교, 안보 싸움 계속 북중러는 3국 공조로 한미일에 대립각 세계 인구 5분의 1, GDP 25%인 한중일 3국은 공동이익 위해 힘과 지혜 모아야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한중일문화교류포럼 대표
한중일은 2018년 5월 도쿄의 제7차 정상회의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의 추진을 목표로 하는 판문점선언의 환영 등을 내용으로 한 특별성명과 공동선언문을 채택해 3국 공조를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선언 이후 한반도 및 동아시아 정세에 적지 않은 변화가 계속됐다.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북한을 감싸는 북-중-러 3국 공조로 은근히 한미일 협력체제에 대립각을 세우는 ‘신냉전구조’가 형성되려 하고 있다. 북-미 간 대화는 두 차례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완전 비핵화라는 세계적 기대에 못 미치며 머뭇거리고 있다. 일본은 북한 핵 위협이 안보의 ‘최대 위협’이라고 강조해 오던 강경 자세에서 일변해 아베 신조 총리가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하는 등 화해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3국 정상회의는 발족에서부터 그간의 진전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이니셔티브가 강하게 작용해 왔다. 1999년 제1회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비전그룹 제시로 동아시아 지역 간 협력체 구성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노무현 대통령도 세 차례의 아세안+3 회의 때마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의 제도화와 필요성을 제안한 것이 실현돼 2008년 후쿠오카에서 첫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렸다. 당시 중일 관계의 갈등과 대립 속에서 중국이 한국의 중재를 받아들임으로써 발족을 보게 되었다. 출범은 하였으나 2015년에는 3년 반 만에 재개되었고 2018년에도 2년 반 만에 열리는 등 굴곡과 공백이 많았음은 그만큼 2국 간 관계의 갈등과 마찰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한일, 한중의 2국 간 관계 개선 역시 시급한 과제다. 한일 간에는 강제징용 피해자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과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대응 등 역사 문제가 경제, 안보에까지 확산되는 갈등으로 양국 국민 간 상호 신뢰도는 전에 없이 얼어붙어 있다. 일본 언론NPO가 6월 발표한 한일 국민 상호인식 조사에서 상대국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다’는 응답이 한일 양국이 똑같은 49.9%였다. 같은 곳의 10월 조사에서 일본인의 중국에 대한 인상은 8할이 ‘나쁘다’라고 나왔다. 한일, 중일 간에 관계 개선의 과제가 많음을 반영하는 것이라 하겠다.
한중일의 동아시아는 세계 인구의 5분의 1,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 무역에서도 20% 가까운 비중을 갖고 있는 성장동력이요, 미래 존(zone)이다. 3국은 정상회의 이외에도 외교 경제 문화 농업 등 21개 장관급 회의를 포함해 70개 이상의 정부 간 협의체를 운영하면서 100개 이상의 협력 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다.
지금 세계는 미국 영국 등 강대국의 자국 우선적인 고립주의와 북한 핵 위협으로 결코 평온하지 않은 21세기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 눈과 귀가 국내 정치에 매몰되어 있는 동안 밖에서는 국가와 민족의 생존이 걸린 안보, 외교의 치열한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험난한 상황에 한중일 정상회의는 3국의 공동 이익을 찾아 동아시아의 생존에 힘을 모아야 하며 한국은 한중일 서밋의 이니셔티브를 다시 한번 발휘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상회의는 문 대통령의 외교적 역량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한중일문화교류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