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북한 노동자 전원 송환 시한이 다가오면서 온갖 꼼수들이 나타나고 있다. 단둥에 진출한 북한 무역회사는 노동자에게 3개월 관광비자를 받게 하거나, 비자 없이 한 달간 체류할 수 있는 도강증(渡江證)을 들고 압록강 다리를 오가며 근무를 계속하게 한다. 북한 노동자들은 보통 몇 명씩 조를 짜서 외출하거나 휴일에 쇼핑하러 나가는데 비자 없이 들어온 탓인지,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공장에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중국의 묵인과 방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다.
▷러시아 모스크바는 평양으로 돌아가려는 노동자가 몰려 편도 97달러(약 11만 원)의 국제열차표가 연말까지 매진됐다는 소식도 있다. 하지만 블라디보스토크 등에는 여행비자로 바꿔 눌러앉는 북한 노동자도 적지 않다. 제재 이행 의무가 없는 소공화국 압하지야로 북한 노동자를 이주시키기도 한다. 네팔이 북한 국적자 33명을 돌려보내고 친북(親北) 캄보디아도 북한 노동자 전원을 돌려보냈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는 아예 북한 노동자 송환 철폐를 요구하는 제재 완화 초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해 몰래 하던 짓을 대놓고 하려고 한다.
▷12차례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 중 2017년 11월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후 채택된 2397호는 해외 노동자 송환 조치가 포함돼 역대 최강이었다. 제대로 시행되면 비핵화로 유도할 좋은 채찍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가 어깃장을 놓으려 한다. 두 나라는 해외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벌어들인 외화가 김정은의 배를 불리고 북한을 핵무장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모는 데 쓰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