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화 강사가 지도하는 어르신들이 서울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에서 양생체조를 하고 있다. 이연화 강사 제공
양종구 기자
시작은 1991년이었다. 원 교수는 체육청소년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체조 공모전에서 연세대팀으로 한국 춤사위를 활용한 국민체조를 만들어 1등에 당선됐다. 이듬해 한국의 우수문화찾기 프로젝트로 진행된 문화부 체조 공모전에서도 퇴계 이황의 활인심방(活人心方)을 활용한 민속체조를 개발해 당선됐다. 당시 이어령 문화부 장관이 “이 체조를 세계에 알려라”고 해 해외로 나가 시연까지 했다. 강경화 현 외교부 장관이 영어 더빙을 했고 안내 책자까지 만들어 미국으로 향했다. 원 교수는 “팔을 높이 들어 온몸을 하늘로 향하는 움직임으로 하늘을 우러러보고, 몸을 굽혀 땅에 감사하고, 앞에 있는 사람을 사랑으로 안아주고, 안은 사람을 놓아주며 모든 욕심을 버리는 움직임들을 설명했더니 신기한 듯 질문 세례를 받은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양생(養生)은 생기를 길러준다는 뜻이다. 퇴계의 활인심방은 ‘몸과 마음에 활기를 넣어주는 방법’이라는 뜻으로 질병 없이 오래 산다는 양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 원 교수는 “퇴계는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며 몸이 비뚤어지면 마음도 비뚤어진다. 고로 몸을 바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몸이 튼튼해야 마음도 건강하다는 뜻으로 체육을 강조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활인심방의 양생도인법(養生導引法)에는 이황 선생이 선비들과 함께 웃통 벗고 체조하는 내용이 있다. 호흡과 함께 온몸을 움직이며 각 혈과 경락을 마사지하는 운동법이다. 숨을 잘 고르고(調息·조식), 마음(調心·조심)과 몸(調身·조신)을 다스리는 것이다.
체육교사를 했던 이 강사는 원 교수의 권유로 노인운동에 관심을 가졌다. 원 교수가 “고령화시대 우리가 함께 준비하자”고 해 연세대 사회교육원에서 노인양생체육지도자 자격을 획득한 뒤 2003년부터 노인복지관과 경로당, 주민자치센터, 양로원 등에서 양생체조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양생체조는 템포가 빠르지 않지만 전신을 자극해주는 움직임이 많아 어르신들이 ‘참 시원하다’는 반응이 많다”고 했다. 전신을 다 활용하기 때문에 운동량이 많고 유연성과 근육은 물론 밸런스도 키워 준다. 꾸준히 할 경우 6개월이면 ‘몸이 달라졌다’고 반응이 온다. 이 강사는 “어깨 무릎 등 관절 부위를 유연하게 하고 근육을 키워주니 언젠가부터 ‘선생님, 이젠 병원 물리치료 안 가요’라는 반응이 온다”고 했다. 동작은 느리지만 움직임이 커 운동량이 높다.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란 연구 결과도 있다.
원 교수는 2001년부터 연세대에 노인체육지도자 과정을 만들어 양생체조 보급에 나섰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많아 효율적으로 보급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원 교수는 “지도자 자격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고 노인들은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다 보니 부처 간의 벽 때문에 지도자 파견도 효율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원 교수팀은 2010년 국민생활체조 공모전을 비롯해 관련 이벤트에서 1등을 휩쓸었지만 번번이 1회성 행사에 그쳤을 뿐 정책 반영은 제대로 안 됐다.
이제 100세 시대는 현실로 다가왔다. 정부가 노인들을 위한 맞춤형 건강법을 체계적으로 보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인들이 건강해야 대한민국도 건강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