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운전 1000명을 살린다] <24> 교통취약계층의 안전한 이동권
영국 런던교통공사가 운영 중인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 ‘다이얼어라이드’ 차량. 차량 앞에 선 다이얼어라이드팀 책임자 제임스 미드 씨는 “연간 차량 이용 횟수가 100만 회를 넘는다”고 말했다. 런던=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10월 10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본보 기자와 만난 런던교통공사(TfL)의 제임스 미드 씨는 이렇게 말했다. 미드 씨는 버스와 지하철, 택시 등 런던의 대중교통 운영을 맡고 있는 TfL에서 수요응답형교통서비스(DRT)의 하나인 ‘다이얼어라이드(Dial a Ride)’ 팀을 책임지고 있다. 다이얼어라이드는 시각·지체장애인과 85세 이상의 고령자들을 위한 교통복지 서비스로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집 앞까지 버스가 찾아간다. 고령자와 시각·지체장애인들은 이 버스를 타고 원하는 장소까지 이동한다.
이 서비스는 이용료가 무료이고 이용 횟수에도 제한이 없다. 서비스가 처음 도입된 2002년엔 한 번 이용할 때마다 80펜스(약 1250원)의 요금을 내야 했지만 런던시가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2005년부터 무료로 전환했다. 다이얼어라이드 차량 운행을 위해 런던시 예산 약 3400만 파운드(약 531억 원)가 투입된다. 다이얼어라이드는 오전 2∼6시 사이를 제외하고는 1년 365일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2019년 기준 등록 이용자는 4만2000여 명인데 지난해 연간 누적 이용 횟수가 100만 회를 넘었다. 올해로 운행 17년째를 맞은 다이얼어라이드는 런던 내 교통 취약계층의 든든한 발이 되고 있다.
런던에는 현재 다이얼어라이드 차량 정류소가 9곳 있다. 300여 명의 운전사들이 이 9곳의 정류소를 거점으로 버스를 운행한다. TfL 조사 결과 다이얼어라이드 이용자의 약 60%는 고정 시간대에 차량을 이용하면서 시장에 가거나 종교시설 등을 찾는다. 미드 씨는 “다이얼어라이드는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는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시는 다이얼어라이드 서비스를 통해 교통 약자들의 이동 편의를 보장하는 것뿐 아니라 교통사고를 줄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1782명이었는데 이 중 32.9%에 해당하는 586명이 60세 이상이었다. 영국 교통부(DfT)는 지난해 60세 이상 고령층 인구가 2017년보다 2%, 2008년보다 17% 늘어난 1540만여 명에 이르자 ‘고령층의 안전한 이동권 보장’을 중요 국가 과제로 삼았다. 미드 씨는 “잘 훈련받은 다이얼어라이드 차량 운전사들은 서행 등 안전운전을 하고 차량 점검도 정기적으로 하기 때문에 사고가 거의 나지 않는다”며 “개인이 차량을 직접 몰고 운행할 때보다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다이얼어라이드를 비롯한 DRT 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전체 교통사고 피해자 중 고령층을 포함한 교통 약자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교통사고 사망자는 1682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3781명)의 44.5%에 달했다. 2014년 전체 사망자의 38.1%였던 65세 이상 교통사고 사망자 비율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해부터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과 협력해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DRT 활성화에 나섰다. 이용자가 전화로 신청하면 공단의 DRT 시스템이 버스나 택시 등 적절한 교통수단을 찾아 보내주는 방식이다. 강동수 한국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연구개발원장은 “고령자와 장애인 등 교통 취약계층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게 해 주는 교통 서비스를 도입해 공급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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