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DB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학원가 밀집 지역인 서울 노원구 ‘중계5단지’ 전용면적 58㎡의 호가는 19일 현재 6억3000만 원까지 올랐다. 지난주에 5억90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12·16 부동산대책’이 나오고 이틀 만에 호가가 4000만 원가량 오른 것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이후 대출 규제가 덜한 9억 원 미만 매물을 실거주용으로 찾는 문의가 늘면서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집주인들의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12·16대책 이후 서울시가 9억 원 이하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를 높이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번 대책으로 9억 원이 넘는 주택의 대출 문턱이 확 높아지면서 그나마 규제가 덜하고 세금 부담이 적은 9억 원 이하 주택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와 투기 세력을 겨냥한 대책이 9억 원 이하 주택 가격까지 올려 서민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서민 실수요자들이 주로 찾는 서울 강북의 아파트 단지 가격이 9억 원 턱밑까지 오르는 ‘갭 메우기’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중에는 시세보다 호가를 낮춘 매물도 있었다.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112㎡ 매물은 17일 40억 원에 나왔다가 하루 만인 18일 호가를 38억 원으로 낮췄다. 17일에는 서초구의 ‘반포푸르지오’ 전용면적 84㎡ 매물이 시세보다 6000만 원가량 싼 18억8000만 원에 나왔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다주택자인데 규제가 강화되자 서둘러 집을 처분하려고 가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내년 6월까지는 이런 급매물이 계속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현금 자산이 넉넉하지 않은 다주택자들에게는 이번 12·16대책에 담긴 10년 이상 장기 보유 주택 처분 시 양도소득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당근’과 보유세 중과라는 ‘채찍’이 어느 정도 먹힐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호가를 약간 낮춘 매물들이 실제 거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15억 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이 완전히 막히고 9억 원 초과 주택도 대출가능 금액이 줄면서 현금 부자가 아니면 주택 구입에 나서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나온 뒤에는 한동안 거래량이 급감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매수자들은 주택 구입을 미루고 시장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높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분간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거래가 끊길 것”이라며 “초고가 주택 구입은 사실상 막아놓고 9억 원 이하 주택 가격마저 올리는 게 과연 집값 안정 대책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