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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 흐르는 꼬챙이로 개를 도살하는 것은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모 씨(67)의 파기환송심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다만, 이 씨의 경제 형편이 어렵고 더 이상 개를 도살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점을 들어 2년간 해당 선고를 유예하기로 했다.
경기 김포시에서 개 농장을 운영하던 이 씨는 2011년부터 2016년 7월까지 전기 꼬챙이를 개의 입에 대 감전시키는 방법으로 연간 30마리의 개를 도살해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은 이 씨가 개들에게 특별히 불필요한 고통을 가하는 등 비인도적 방법으로 도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잔인한 방법’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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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직후 동물권 행동 단체인 ‘카라’는 기자회견을 열고 생명 존중 가치를 반영한 판단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육견협회 측은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고 반발했다.
재판부는 이 씨가 쓴 도살 방법이 동물보호법이 금지하는 동물을 죽이는 ‘잔인한 방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동물보호법 8조에 따르면 누구든 동물에 대해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구체적으로 전기로 가축을 도살하는 방법인 ‘전살법’으로 동물을 도축할 경우, 동물을 무의식에 이르게 해 고통을 감소하는 조치가 필요한데도 이 씨가 이러한 인도적 도살 방법을 따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씨가 개의 몸에 흐르게 한 전류가 뇌 부위가 아닌 다른 부위로도 흘렀을 것이라는 점, 도살되는 개가 이 과정에서 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란 점이 추론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장연제 동아닷컴 기자 je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