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두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24일 열린다. 3국 정상회의는 2008년 제도화된 이후 8번째다. 그동안 정상회의가 열린 곳을 보면 3국의 수도 이외에서는 일본 후쿠오카, 한국 제주에 이어 이번에 청두다. 청두는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는 육상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중심기지로 중국이 보여주고 싶어 하는 도시다. 중국 각지와 동남아에서 실려온 짐을 모은 대륙 간 기차가 여기서 출발해 시안을 거쳐 12일 만에 유럽에 도착한다. 올해 1500편 정도가 운행했다고 하니 하루 4대꼴이다.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청두가 있는 지방은 촉(蜀)으로 불리었다. 당나라 시인 이백은 촉도난(蜀道難)이란 시에서 “촉 가는 길의 험난함, 하늘 오르기보다 힘들다”고 했다. 절벽으로 난 아슬아슬한 잔도(棧道)를 타고 조조의 추격을 피한 유비가 청두에 이르러 촉한(蜀漢)을 세웠으니 이것이 삼국지 위 오 촉 중 촉이다.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청두에서 유비와 제갈량을 모신 사당 무후사(武侯祠)를 방문하길 좋아한다.
▷현장법사가 시안에 가기 전 수련했다는 대자사(大慈寺)란 절이 청두에 있다. 절 주변에는 온갖 럭셔리 브랜드가 모여 있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하촌(寺下村)이 형성돼 있다. 콴자이샹쯔(寬窄巷子)는 청나라 말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골목으로 외국인이나 젊은이들은 이곳에서 먹고 마시길 즐긴다.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만들어 내는 의외의 조합이라고나 할까. 한일 정상도 따로 만난다. 정상적으로는 조정하기 힘든 이해관계를 돌파하는 상상력을 발휘해 봤으면 한다.
― 청두에서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