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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모병원 예타 탈락, 靑서 송철호 시장에 미리 알려줬는지 조사

입력 | 2019-12-21 03:00:00

檢, 기재부-KDI 동시 압수수색




檢, 기재부서 산재모병원 예타 관련자료 확보 20일 정부세종청사의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국 타당성심사과를 압수수색하고 있는 검찰 관계자가 기재부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검찰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추진했던 ‘산재모병원’ 공약의 예비타당성조사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세종=뉴시스

검찰이 예비타당성조사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타당성심사과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를 20일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지난해 6·13지방선거 당시 송철호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공약 지원 과정으로 수사가 확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재부가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것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2016년 11월 기재부 차관실이 압수수색된 이후 3년여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청와대가 송 시장의 경쟁자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下命) 수사를 지시했을 뿐만 아니라 ‘산재모(母)병원’의 예타 탈락 결과를 미리 알려주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산재모병원은 김 전 시장 측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김 전 시장 측은 기재부가 예타 결과를 발표한 지난해 5월 28일을 지방선거 과정에서 중요한 변곡점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이날은 선거관리위원회에 정당별 후보자 등록이 이뤄진 같은 해 5월 24일(목요일)과 25일(금요일) 뒤 첫 월요일이었다. 김 전 시장 측은 주말이 지나고 후보별 공약들이 지역 언론에 보도돼야 하는 시점이었는데, 예타 결과가 발표되는 바람에 책임 공방이 부각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예타 결과를 송 시장 측이 미리 알고 있었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 전 시장 측근의 비위를 청와대에 2017년 10월 무렵 제보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같은 달 10일 업무수첩엔 산재모병원이 ‘좌초되면 좋음’이라고 적혀 있다. 그 대신 공공병원을 공약으로 내세워야 한다고 쓰여 있다.

임종석-김경수-임동호 한자리에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017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경수 경남도지사(각각 왼쪽에서 네 번째, 세 번째) 등과의 술자리 사진. 한 참석자는 “2017년 7, 8월 전대협 3기 정기모임이었고, 인사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캡처

청와대를 방문하고 쓴 3일 뒤 업무수첩엔 ‘산재모 추진 보류→공공병원 조기 검토 필요’라고 적었다. 7개월 전에 산재모병원의 설립이 무산되리라는 것을 알았던 셈이다. 송 시장 측은 산재모병원 대신 공공병원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기재부의 의뢰를 받은 KDI는 산재모병원에 대한 예타를 진행해 산재모병원의 비용 대비 편익(B/C)이 사업 추진 기준인 최소 0.8∼1.0에 미치지 못하는 0.73이라고 결론 내린 것을 지난해 5월 말 울산시에 통보했다.

김 전 시장 측은 20일 기자회견에서 “(김 전 시장을) 자유한국당 울산시장 후보로 공천 발표하던 2018년 3월 16일 경찰이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하며 기사가 대거 나왔던 것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선거의 중요한 시기마다 석연치 않게 일들이 불거졌다는 것이다.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는 결과적으로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이 됐고, 산재모병원은 산재 전문 공공병원으로 추진되며 올 1월 예타를 면제받았다.

검찰은 여당이 울산시장 경선에서 출마 의사를 밝힌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등과의 당내 경선을 거치지 않고 지난해 4월 송 시장이 단수 공천된 배경을 수사하고 있다. 송 부시장의 업무수첩에도 ‘송 시장이 임 전 최고위원과 당내 경선에서 붙게 될 경우 질 수 있다’ ‘경선 배제 전략’ 등의 글이 적혀 있다고 한다. 김 전 시장도 “(임 전 최고위원과 관련해) 검찰 조사에서 부정적인 문구를 본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권리당원의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가 50% 반영되는 경선의 규칙은 당에서 오래 활동한 임 전 최고위원에 견줘 송 시장에게 불리한 환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 시장은 총선 등에서 8차례 낙선하는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이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등 당적을 자주 옮겨 임 전 최고위원에 비해 우호적인 권리당원이 적었다고 한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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