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세군 자선냄비 자원봉사 활동 체험해보니
본보 강홍구 기자(오른쪽)가 18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에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모금 자원봉사 체험을 했다. 자선냄비 모금액은 최근 2년 연속 줄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하지만 행인들은 아랑곳없이 자선냄비 옆을 지나쳤다. 외투 주머니에 들어간 손이 좀처럼 나올 줄 몰랐다. 그렇게 5분여가 지날 때쯤, 백발의 노신사가 다가와서는 1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을 냄비에 넣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함께 모금 봉사활동을 하던 최상기 씨(61)가 미소를 지었다. 4년째 구세군 자선냄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그는 “오늘은 시작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마음의 온기가 그리워지는 연말이지만 직접 거리 위에서 건네는 도움의 손길은 오히려 줄고 있었다. 구세군자선냄비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거리모금액은 약 35억 원으로 전년도 39억 원에 비해 10% 넘게 줄었다. 전체 기부금이 꾸준히 상승 곡선을 그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케틀메이트 활동은 기본적으로 2명이 한 조를 이룬다. 명동 등 거리모금이 활발한 곳은 구세군 사관이 직접 모금 활동을 한다. 자원봉사자는 구세군의 또 다른 얼굴인 만큼 정해진 복장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종은 주변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2, 3초에 한 번씩 울리는 것을 권한다. 재대한구세군유지재단법인 돈의동쪽방상담소 최선관 실장은 “예전에는 마이크를 쓰기도 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다. 종소리도 주변에 방해되지 않도록 주의한다”고 설명했다. 주변 상가 등의 민원으로 자선냄비의 위치를 바꾸는 일도 종종 있다. 이날 인사동의 자선냄비도 최근 몇 년간 두 차례 자리를 옮겨야 했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행인들이 많아졌다. 유동인구가 많은 길목답게 수분 간격으로 도움의 손길이 보태졌다. 이날 2시간 동안 40여 명이 거리모금에 참가했다. 평일에는 점심, 주말에는 저녁 시간대의 모금이 활발한 편이다.
이날 기부자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고사리손으로 정성을 보태는 어린아이,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초등학생 서희원 군(12)은 “교과서에서 본 대로 동참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60, 70대도 적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들의 참여는 저조했다. 2시간 동안 1명뿐이었다.
자원봉사자 최 씨는 “인사동 유동인구를 생각하면 (거리모금 참가자가) 많지 않은 편이다. 예전에 비해 절반은 줄어든 것 같다. 한 시간에 한두 명이 올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애초 24일까지 운영하기로 했던 인사동 자선냄비는 모금액이 예년에 미치지 못하면서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최근 구세군을 사칭하는 ‘가짜냄비’들도 생겨나면서 거리모금에 한층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최 씨는 “(행인들이) 가짜 아니냐고 수군거리며 지나갈 때마다 기운이 빠진다”고 말했다. 진짜 자선냄비의 경우 행정안전부의 기부금품 모집 등록증이 붙어 있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식별이 가능하다. 한편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는 이들을 위해 최근에는 교통카드를 찍거나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인식해 기부할 수 있게 했다.
약속한 시간이 끝나갈 무렵, 다음 자원봉사자가 도착했다. 입고 있던 롱 패딩을 건네자 “덕분에 패딩 안이 따뜻해졌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겨울 날씨에도 마음의 온도가 올라갔다. 돌아가는 내내 종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구세군은 올해 전국에 355개의 자선냄비를 운영하고 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