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20> 박윤수 삼성서울병원 부원장
박윤수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수요일을 ‘집중 운동의 날’로 정해 오후에 2시간 이상 운동한다. 박 교수는 “일주일에 3회 이상 운동하는 게 좋지만 여유가 없다면 하루만이라도 집중해서 운동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박윤수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진료부원장)도 바쁘기로 치자면 그 어느 의사 못잖다. 외래 진료는 진료대로, 수술은 수술대로 다 하면서 진료부원장으로서의 행정 업무도 봐야 한다. 저녁에는 학회 모임과 같은 외부 일정도 많다. 그렇다 보니 평일에는 30분 이상 개인 시간을 내기도 쉽지 않다.
박 교수는 어떻게 운동 시간을 확보할까. 일단 자투리 시간을 최대한 활용한다. 수술과 수술 사이, 회의가 끝난 후 잠시 여유가 생기면 병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이 짧은 움직임에서 얼마나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아주 미세하게 체중이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히 큰 운동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주말 휴일 이틀 중 하루는 꼭 운동에 투자한다. 수도권의 산을 오르거나 집 주변 공원에서 2시간 정도 걷는다.
이 정도로는 운동량이 여전히 부족하다. 박 교수도 그 점을 잘 안다. 그래서 수요일 오후를 ‘집중 운동의 날’로 정했다. 벌써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박 교수만의 건강 비법이라고나 할까.
왜 수요일일까. 이유가 있다. 우선 박 교수는 수요일 오후 5시 이후에는 외래 진료나 수술 일정이 없다. 행정 업무의 부담도 적은 날이다. 평일 중 유일하게 여유로운 때다. 그러니 병원 지하에 있는 직원용 헬스클럽으로 직행한다. 최소한 2시간 이상 강도 높게 운동한다.
이 때문에 수요일 오후에는 외부 일정을 만들지 않는다. 불가피한 일이 생겨도 양해를 구해 오후 7시 이후로 약속을 미룬다. 외국에서 열리는 학회에 참석할 때도 운동화만큼은 갖고 간다. ‘집중 운동의 날’에는 반드시 운동하기 위해서다.
박 교수는 “아무리 바쁜 직장인이라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집중 운동을 할 것을 권한다. 특히 수요일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수요일이 좋은 두 번째 이유로 박 교수는 ‘브레이크 효과’를 언급했다. 회의할 때에 중간에 브레이크 타임을 갖는 것은 휴식과 효율을 위해서다. 수요일은 한 주 동안의 피로가 막 쌓일 무렵이다. 이런 날에 운동하면 그동안의 긴장을 풀고, 남은 이틀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생각이다.
집중 운동이니만큼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그에 맞춰 운동 강도를 결정해야 한다. 박 교수는 평상시에 트레드밀의 경사도를 2도로 높이고 시속 6km로 걷는다. 사이클은 보통 10레벨로 맞춘다. 하지만 전날 술을 마셨거나 몸이 뻑적지근하면 강도를 낮춘다. 박 교수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도 평소 강도대로 운동했다가 심장마비로 병원에 실려 가는 사례를 목격했다”며 “자신의 몸 상태를 먼저 파악하는 게 운동의 기본이다”라고 말했다.
○ 6단계로 나눠 체계적 운동
박 교수는 무턱대고 아무 운동기구나 만지지는 않는다. 체계적으로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에 전문가에게 운동 처방을 받아뒀고, 그것을 충실하게 이행한다. 박 교수의 운동법은 총 6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전신 스트레칭이다. 5분 동안 가볍게 몸을 푼다. 온몸의 근육을 살살 풀어준다. 일종의 맨손 체조와 같다. 이어 2단계는 유산소 운동이다. 실내 자전거를 30여 분간 탄다. 3단계는 다시 스트레칭이다. 이때는 1단계의 스트레칭에서 강도를 크게 높인다. 또 허리와 엉덩이, 무릎 주변의 근육과 관절을 풀어주는 데 집중한다. 스트레칭 시간도 10∼15분으로 늘린다.
스트레칭이 끝나면 4단계로 넘어간다. 근력 운동을 15∼30분 한다. 이때는 상체와 하체 근육을 다 키울 수 있도록 운동기구를 배합한다. 근력 운동을 마치면 5단계, 다시 유산소 운동으로 돌아간다. 이번에는 트레드밀에서 30여 분간 걷는다. 마지막으로 6단계. 가볍게 몸을 풀면서 마무리 스트레칭을 해 준다.
박 교수는 헬스클럽에서 운동할 때 이 6단계 프로그램을 꼭 지킨다. 체계적인 게 가장 큰 이유지만 지루함을 극복하려는 의도도 있다. 유산소 운동을 이어 하거나 똑같은 종목만 반복할 경우 지루해진다는 것. 유산소 운동을 하면 숨이 차다. 그 상태에서 스트레칭을 하면 심신이 이완된다. 근력 운동으로 이어지면 몸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낀다. 이후 다시 유산소 운동과 스트레칭을 한다. 이렇게 반복하다 보면 2시간이 후딱 지나간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런 식으로 운동을 프로그래밍하면 집중도가 높아져 부상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나이 들면 관절 체크해야”
박 교수는 엉덩관절(고관절)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베스트 닥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래서일까. 박 교수는 중년 이후에는 관절에 특히 신경 쓸 것을 주문했다. 고관절에 손상이 생기면 이상하게 걷게 되고, 그렇게 걷다 보면 관절이 더욱 망가지는 악순환을 반복한다는 것. 이 정도로 증세가 악화하면 운동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된다.
먼저 자신의 걸음걸이부터 체크할 것을 권했다. 한쪽 다리를 언젠가부터 전다면 고관절 손상이 원인일 수 있다. 엉덩이 혹은 무릎 주변에 통증이 언제 나타나는지도 살펴야 한다. △첫발을 디딜 때 △자세를 바꿀 때 △계단을 오를 때 △차에서 내릴 때 통증이 생긴다면 관절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초기에 잡는 것이 최선이다. 더 악화하기 전에 전문가의 처방을 받고 관절 주변의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100세까지 끄떡없는 관절, 의자 스트레칭으로 ▼
대퇴부 근육 보면 중년이후 건강 보인다
[1] 낮은 강도의 대퇴부 강화 운동
우선 의자의 중간 부분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는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양팔로 의자의 팔걸이를 잡는다. 이어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은 채로 두 발을 쭉 뻗는다. 그 다음에는 발목을 꺾어 천장을 향하게 한다. 이때 무릎은 곧게 펴고, 허벅지에 힘을 모은다. 이 상태로 5∼10초 멈췄다가 발목을 풀어준다. 같은 동작을 최소한 10회 이상 해 준다. 박 교수는 “이 두 동작은 무릎 관절 외에도 혈전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2] 중간 강도의 대퇴부 강화 운동
1단계 동작이 무난히 된다면 다음 동작으로 넘어간다. 엉덩이를 의자 안쪽 깊숙이 집어넣는다. 허리는 꼿꼿이 편다. 양팔로 의자의 팔걸이를 잡는다. 한쪽 발을 수평이 될 때까지 천천히 들어올린다. 발이 수평이 되면 발목을 꺾어 천장을 향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무릎을 펴고 허벅지에 힘을 줘야 한다. 5∼10초 멈췄다가 발목을 풀고, 발을 제자리로 내려놓는다. 10회 스트레칭한 후 좌우를 바꿔 반복한다.
[3] 의자를 활용한 상체 근력 운동
근력 운동도 의자에서 가능하다.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들인 후 등을 꼿꼿이 편다. 그 다음 두 팔로 의자 팔걸이를 잡는다. 발바닥은 땅에 붙인다. 이 상태에서 두 팔에 힘을 줘 상체를 위로 일으킨다. 순전히 팔의 힘만으로 상체를 올리는 게 핵심이다. 팔을 뻗은 상태에서 5∼10초 멈춘다. 이때 양팔이 부르르 떨리는 게 느껴진다.
[4] 어깨-목 스트레칭
목이 굽는 ‘거북 목’과 어깨가 돌처럼 굳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스트레칭이다. 우선 허리를 펴고 앉아 정면을 응시한다. 그 상태에서 목만 천천히 좌우로 돌린다. 다 돌리면 5초 정도 멈춘 후 다시 정면을 응시한다. 그 다음에는 목을 위로 최대한 올렸다가, 다시 최대한 내린다. 이번에도 5초 정도 멈춘다. 목 스트레칭이 끝나면 원형을 그리며 팔을 돌린다. 이때 가슴은 펴고, 어깨가 함께 돌아가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5∼10회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돌린 후에는 팔을 최대한 위로 들어올린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