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 ‘김정은의 도발과 한미동맹’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북한이 핵무장으로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 강력한 제재로 막지 못하면 안으로는 한미동맹이 와해되고, 북한 위기관리가 실패하면 미국에 의한 코피작전(제한적 예방타격)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남주홍 경기대 석좌교수(사진)는 동아일보사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가 12월 16일 ‘김정은의 도발과 한미동맹’을 주제로 개최한 제29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강좌에서 ‘연말 공세’를 이어가는 북핵 위기를 이렇게 전망했다. 남 교수는 이에 대한 처방으로 “협상과 군사충돌이 아닌 제3의 옵션, 즉 북한 체제를 와해할 수 있는 정보를 투입해 선의의 ‘레짐 체인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국정원) 1차장을 지냈다. 다음은 강연의 주요 내용.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
[김동주 동아일보 기자]
북한이 핵무장으로 치닫는 위기는 김일성이 1994년 미국과 제네바합의를 할 때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서훈 국정원장이 지난해 4월 평양에 다녀온 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했다”며 미국 워싱턴으로 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얘기했다. 하지만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이다.
이제 북한의 비핵화, 남북의 ‘평화쇼’는 종말 단계에 들어와 있다. 진짜 위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예견된 혼돈에 대응할 준비가 전혀 안 된 상태에서 평화쇼를 벌인 탓에 국민은 평화가 온 줄 안다. 나는 2017년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했을 때 한 방송에 출연해 한국 정부와 국민은 북한의 핵인질이 됐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은 “인질 상태의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일 통일의 주역이던 한스 디트리히 겐셔 전 서독 외무장관은 “국가의 존망이 달린 외교안보는 실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의 급변 사태를 얘기하는데, 남북 어느 쪽이 급변하고 있나. 북한은 체제 안정을 도모하는 반면, 남측이 급변하고 있다. 북한이 김평일 주체코 북한대사를 평양으로 불러들인 것은 김정은 우상화 작업이 다 끝났음을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다. 북한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김정은이 ‘새로운 길’을 선포할 것이다. 새로운 길은 핵무기 실전배치가 유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북한에 대한 굴종, 중국에 대한 순종 외교는 러시아에 굴복했던 ‘핀란드화’나 다름없다. 북한에 강경한 태도로 나가면 북한이 서울을 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서울에는 조선 동포를 포함해 중국인이 100만 명은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과 가족 등 30만 명, 일본인도 20만 명이 살고 있다. 서울에 대한 공격은 남북 문제가 아닌 국제전이다. 쉽게 치지 못한다.
서 국정원장이 국회에서 11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참석차 김정은이 부산에 온다고 보고했는데,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오지도 않았고 올 수도 없다. 경호 문제 때문이다. 병영국가 북한에서 왜 쿠데타가 나지 않는지 생각해야 한다.
美 단독 작전에 나설 수도
방위비 문제보다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가 훨씬 더 심각하다. 트럼프 리스크는 돈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방어 가치’에 대한 문제다. 미국 측이 한국을 방어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얘기다.
북핵 비상대책은 크게 3단계다. 핵무기나 핵물질 수출에 대한 ‘봉쇄(containment)’가 1단계, 세컨더리 보이콧과 해상 물자 공급 중단, 금융제재 같은 ‘차단(blockade)’이 2단계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가 ‘롤백(roll back)’, 즉 레짐 체인지나 코피작전이다. 여기서 레짐 체인지는 협상과 군사충돌이 아닌 제3의 옵션으로, 평화적인 방법을 통한 정권교체를 뜻한다.
북한이 핵무장으로 미국에 도전하고 있다. 강력한 제재로 막지 못하면 안으로는 한미동맹이 와해되고 코피작전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한국이 미국과 한목소리를 내지 않고 이른바 중재자, 양다리를 걸치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러면 미국은 한국 측의 동의 없이 단독 작전을 벌일 수도 있다.
윤융근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기자 yunyk@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19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