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 도입 규정한 법안 계류…병무 행정 마비 코앞 법안 미통과 시 병역법 일부 효력 상실, 신체 검사 차질 국방부 "1~2월 방학기간이라 대학생들 입영 선호 기간" "휴학기간 연장해야 하는 등 인생 설계 차질 발생 우려" "현역 부적합 처분이나 의병 제대 처분도 불가능해져"
여야 대치로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징병 셧다운(일시적인 업무 정지 상태)’ 사태가 코앞에 다가와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정한 병역법 개정 시한이 10일밖에 남지 않아 국방부와 병무청에 비상이 걸렸다. 연말까지 법률이 개정되지 않으면 병역 의무 부과의 근거 조항이 사라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헌재는 지난해 6월28일 병역법 5조를 헌법 불합치 결정했다. 병역법 5조는 병역의 종류를 현역과 예비역, 보충역과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 등 5개로 규정한다. 헌재는 ‘병역 종류가 군사훈련을 전제로 하면서 이를 위한 대체 복무를 규정하지 않아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이 조항이 위헌이라 판단했다.
이에 따라 우리 국방부와 국회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역’을 신설하는 병역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병역의 종류에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 외에 대체역을 추가하기 위해서다.
병역법 개정안과 함께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도 마련됐다. 이 제정안에 따르면 대체역은 36개월간 합숙 근무한다. 36개월은 현역병의 복무기간인 각 군별 18~22개월보다 길다. 또 대체역은 교도소나 구치소 등 교정 시설에서 복무한다.
이 법안들은 지난달 말 본회의에 회부됐지만 여야 대치 탓에 아직도 계류 중이다. 자유한국당이 해당 법안들을 무제한 토론 목록에 포함시켰다. 지난 10일 가까스로 열린 본회의에서도 이 법안들은 외면당했다. 당시 ‘민식이법’과 해외 파병 연장 동의안 등 안건 16건이 통과됐지만, 병역법 개정안과 대체역법 제정안은 표결에 부쳐지지 않았다.
올 연말까지 여야가 대치 상태를 깨지 못하면 병무 행정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징병 검사는 매년 2월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당장 1월1일부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정상적인 병무 행정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사실이다. 2월까지도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징병 검사는 실시하되 현역·보충역·면제 여부 판정은 보류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또 매달 약 2만명이 입영하지 못하게 돼 병력 부족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 곤란한 점은 현역 복무를 마치고 제대하는 사람이 예비역에 편입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병역법 5조는 예비역을 ‘현역을 마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5조의 효력이 사라지면 예비역 편입이 불가능해진다.
국방부는 국회에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국방부는 “1~2월은 방학기간이라 대학 재학생들이 입영을 선호하는 기간”이라며 “징집 절차 중지에 따른 휴학기간 연장 등으로 군 입대를 준비한 청년들의 인생 설계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또 “복무 부적합이나 신체 장애와 심신 장애로 군 복무를 지속하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현역 복무 부적합 처분이나 의병 제대 처분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국민 불편이 급증하고 군 내 혼란 발생이 우려되므로 연내 법률 제·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