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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강도 대출 규제’에…날벼락 맞은 재건축조합원들 ‘멘붕’

입력 | 2019-12-22 16:41:00

뉴스1


“입주자 모집 공고 날짜가 12·16부동산대책 발표일보다 9일 늦다는 이유로 추가분담금 대출이 안 된다고 하면 누가 받아들이겠습니까.”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는 올해 10월 철거를 완료하고 지난달 착공에 들어가 내년 4월까지 유예된 분양가상한제(분상제)를 가까스로 피해갈 수 있는 단지로 꼽혔다. 하지만 정부가 급작스레 발표한 ‘12·16부동산대책’으로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정부가 시가 15억 원이 넘을 경우 재건축 조합원의 추가분담금 대출마저 금지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1세대 1주택자에 한해 추가분담금의 40%까지 조합원 집단 대출이 가능했다.

정부는 16일 이전 입주자 모집 공고(일반분양)를 진행한 단지에 한해 예외로 두기로 했지만 이곳은 27일 공고를 낼 예정이라 규제를 피해갈 방도가 없다. 장덕환 개포주공4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일반분양 물량이 255채에 불과해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최대 4억 원가량이나 된다”며 “대출이 막히면 추가분담금을 내기 어려워 내 집에 내가 못 들어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강동구 둔촌주공, 서초구 방배5구역 등 이주·철거의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정비사업장들이 줄줄이 대출 규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재건축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12·16대책을 통해 아파트 매입뿐 아니라 조합원의 이주비, 추가분담금(중도금·잔금) 대출에 대해서도 시가 15억 원이 넘으면 대출을 0으로 제한하는 초강수 규제를 꺼내들었다. 서울 강남권의 정비사업장 대부분이 시세가 15억 원을 넘는다는 점에서 이로 인한 사업 지연과 대규모 공급 축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분상제와 함께 추가분담금 대출 규제까지 더해진 조합들은 충격이 더 크다.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 재건축 조합은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인데 내년 6월은 돼야 착공과 일반분양이 가능하다. 애초 조합 측이 내세운 일반분양 가격은 3.3㎡당 4060만 원이지만 분상제 적용으로 2000만 원대 후반까지 분양가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반성용 잠실진주재건축 조합장은 “애초 계획에는 추가분담금이 거의 없었지만 분상제로 인해 가구당 1억 원가량 분담금이 예상된다”며 “정부 규제로 분담금이 추가됐는데 이마저도 대출이 안 된다면 이는 상식적인 정책이 아니다”고 말했다.

아직 이주조차 시작하지 못한 단지들은 이주비 대출이 끊겨버리면서 당장 사업 진행이 불투명해졌다. 서울 강남구 청담삼익 재건축 조합은 내년 3월부터 이주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청담삼익 조합 관계자는 “조합설립인가 전 1년을 실거주하면 예외로 대출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조합이 설립된 게 16년 전인 2003년”이라며 “예외 조항을 충족시키는 조합원이 전체의 20~30%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는데 나머지 조합원들은 어떡하란 말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1·2·4주구)도 올해 10월로 예정돼 있던 이주가 조합원 간 소송으로 연기되면서 이주비 대출 규제의 사정권에 놓이게 됐다.

전문가들은 성급하게 발표된 부동산대책으로 재건축·재개발의 순기능인 주택 공급 효과마저 차단될 수 있다며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선 수요 억제뿐 아니라 공급 활성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며 “시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사업 단계별로 예외나 경과 규정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