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6개 경제단체가 22일 공동 성명을 내고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전면 재검토해야한다”고 요구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달 27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경영계의 우려를 충분히 해소하지 않은 채 가이드라인 수정안을 확정하려 재계가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6개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서에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킨다는 우려에 한 차례 의결이 연기됐고, 이후에 두 차례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수정안이 나왔지만, 오히려 복지부가 원안보다 더 노동계와 시민단체 쪽에 기울어진 안을 제시했다”며 반발했다.
이어 경제단체들은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 강행되면, 국민연금은 모호한 잣대와 재량적 판단으로 기업 경영에 개입하게 될 것”이라며 “시장경제의 원칙을 왜곡 시키고, 해외 민간 투자자들에게도 부정적 시그널을 줄 위험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의 반발을 우려해 복지부는 가이드라인에 ‘(국민연금이 경영개입을 판단할 때) 기업의 여건이나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다’는 내용을 추가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영 개입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달라했지만, 수정안에 전혀 반영이 안 됐다”며 “경영 개입에 대한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져 ‘기업 길들이기’ 방편으로 활용될 수 있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강화는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 게 먼저다”라고 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초안에는 예시를 통해 국민연금이 주주제안할 수 있는 사례들이 적시됐지만, 수정안에선 예시들을 삭제하고 ‘상법 및 자본시장법에서 허용하는 적절한 주주제안’으로 서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예시들을 없앴다고 재계 측은 보고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