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열심히 일하면 ‘노동생산성’ 올라가나요

입력 | 2019-12-24 03:00:00

[가족과 함께 읽는 경제교실]




Q.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노동생산성은 무엇이고, 어떻게 올릴 수 있나요? 일을 더 열심히 하기만 하면 되나요?



A. 경제학적으로 노동생산성이란 간단히 노동이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의미합니다. 일정한 기간에 동일한 노동으로 얼마나 많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했느냐는 것이죠. 실제로 노동생산성은 생산량을 노동투입량으로 나누어 추정합니다. 생산량은 원재료와 중간재를 제외한 부가가치를 화폐가치로 환산해 사용하며 노동투입량은 노동시간으로 계산합니다. ‘2만 원/시간’같이 노동시간당 부가가치로 표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노동생산성을 높이려면 근로자가 더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될까요? 물론 숙련도가 높고 실력이 뛰어난 노동자가 작업하면 그렇지 않은 노동자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높아질 수는 있습니다. 다만 노동자의 역량이 같다고 본다면 더 우수한 생산설비로 교체하거나 새로운 기술로 생산하면 동일한 노동량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됩니다. 노동생산성은 노동자의 숙련도와 역량, 자본설비의 양과 질, 그리고 기술 수준이 총체적으로 작용해 결정되는 것입니다.

노동생산성은 한 나라 경제의 종합성적표에 해당하는 지표 중 하나로 아주 중요한 가치를 가집니다. 그 이유는 첫째, 일반적인 국민의 생활수준과 가장 밀접한 연관을 가지는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둘째로 장기적인 경제성장은 오직 노동생산성 증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이유도 있습니다. 물론 노동생산성의 증가 없이 노동 투입을 확대하는 방식, 즉 더 많이 더 오래 일하는 방식으로도 국내총생산(GDP)을 늘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소득은 늘려주지만 여가 감소 및 과로 같은 비효용의 증대를 가져오기 때문에 한 국가의 경제적 후생이 개선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노동생산성의 증대로 GDP가 증가해야 소득과 여가가 동시에 늘어나게 되므로 경제적 후생이 확실하게 개선된다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한국 등 선진국의 출산율 하락에서 나타나듯이 경제가 성숙할수록 사람은 상대적으로 희소해집니다. 생산요소로서 자본에 비해 노동이 더 귀해진다는 뜻이죠.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자본을 더 많이 쓰더라도 노동을 더 적게 사용하는 방식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여야만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 사례를 보면 장기적인 경제성장 추세와 노동생산성은 거의 같이 움직입니다. 반면 자본생산성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일정한 증가 및 감소 추세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한국은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점차 둔화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선진국을 모방하고 자본 및 기술집약도를 높여 노동생산성을 개선해 왔지만 한국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이 전략은 거의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노동생산성 증가율 자체가 급락하면서 한국도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노동생산성 증가세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술 진보, 자본 축적, 노동의 질적 수준 제고 등 세 가지 요인을 모두 개선해야 합니다. 먼저 한국의 기술 진보는 그동안 선진국의 기술을 모방하는 데 바탕을 둔 ‘따라잡기식’이었습니다. 이제 한국 경제가 선진국 수준에 진입한 만큼 다른 국가를 모방할 여지가 줄어들었으므로 모방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선도적인 기술 개발을 늘려야 합니다. 둘째, 꾸준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사양 산업이나 성장 여지가 적은 분야에 자본을 계속 투입하는 것은 피하고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신산업이나 각종 사회적 인프라 같은 효율적인 투자처를 새롭게 발굴해내야 합니다. 셋째, 교육제도를 개선해 창의적인 혁신을 주도할 인재를 양성해야 합니다. 직장에서의 직업훈련체계 역시 노동자들이 혁신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수 있도록 평생학습 체계로 정비돼야 합니다. 직장 내 조직문화 및 업무 프로세스도 개선해 노동자들이 지금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노동생산성의 둔화 추세는 인구 고령화같이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를 되돌리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국가와 기업, 노동자들이 노력하기에 따라 그 추세를 늦추거나 생산성을 다시 높이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한 만큼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남충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