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주변이 노숙 농성과 시위의 현장이 되면서 인근 주민들은 물론이고 근처 맹학교 학생들이 받는 피해가 크다. 서울맹학교는 주된 집회 장소인 청와대 사랑채에서 불과 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청각에 예민한 학생들은 소음에 더욱 민감하기 때문. 시각장애인들이 청각, 후각 등을 이용해 거리 환경을 익히는 보행수업도 집회 소음 때문에 몇 달째 못하고 있다고 한다. 안 그래도 노심초사가 많을 학부모들이 나선 이유다.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일대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살기 좋은 동네였다. 각종 제약은 있지만 치안이 최고였고, 무엇보다 조용했다. 농성 천막이 들어선 것은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76일간 농성했을 때가 유일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집권 한 달 만인 2017년 6월 “청와대 앞길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며 50년 만에 종일 전면 개방했다. 이후 1인 시위와 기자회견이 이곳에서 봇물 터지듯 열렸고, 전국금속노조 노조원들이 기습 천막 농성을 시작했지만 경찰은 제지하지 않았다.
▷굼뜨고 면피만 도모하는 공권력도 문제지만, 법을 논하기에 앞서 타인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와 관계된 문제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보수건 진보건 청와대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의 정치적 주장은 타인을 설득해야 의미가 있다. 학부모들의 “약자 배려 없는 주장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호소가 설득력 있는 이유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