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왼쪽 사진)과 자유한국당은 총선기획단을 출범시켜 공천 기준과 배제 기준 등을 정하는 등 본격적인 21대 총선 ‘리크루팅’ 기획 작업에 들어갔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최우열 정치부 기자
“자유한국당 20대 초선들은 고관(高官) 출신만 많고 더불어민주당 초선들에 비해 전투력·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는 지난 4년 내내 정치권의 ‘명제’처럼 나돌았다. ‘전투력과 경쟁력’ 같은 정성평가 부문은 일단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고, 정량평가가 가능한 ‘스펙 부문’만 분석해 봤다.
‘21 대 2’.
고위 공무원급, 기업 임원급까지 범위를 넓히면 한국당 초선 대부분이 여기 속한다. ‘서류전형’ 결과만 보면 한국당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우월한 것이다. 민주당 초선은 시민단체나 국회의원 보좌진, 당 사무처 출신. 법조인이라도 일찌감치 사표를 쓰고 나온 평검사나 처음부터 개업한 변호사, 관료라도 과장급 이하 출신이 상당수다.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김두관 의원과 안산시장을 지낸 김철민 의원 정도가 민주당에선 예외일 정도다. 이렇게 양당의 초선들 이름을 쭉 나열해 보면 20대 국회가 시작하기 전 한국당 의원들에 비해 민주당 의원들은 거의 무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런 고(高)스펙 중심의 리크루팅이 지난 4년 동안 조직 성과로 제대로 반영이 됐는지는 미지수다.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에 민주당 의원들은 (서로 나가려고) 줄을 서 있고 한국당 의원들은 섭외 자체가 어렵다”는 얘기는 한국당 초선들도 스스로가 실토하고 있다. 대화와 타협, 전투와 투쟁과 폭로 등 모든 정치의 도구는 언어라는 점에서 이런 세평은 20대 한국당 리크루팅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대목이다. ‘실무평가’ 항목이 한국당 리크루팅엔 아예 생략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민주당의 리크루팅이 절대선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평가는 늘 상대적인 것이고 시대의 요구와 흐름에 따라 바람직한 의원상(像)은 늘 달라지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당에선 젊은 인재 찾기가 한창이다. 당 총선기획단에서 청년·여성 가산점을 지난 총선 때보다 더 주겠다면서 연일 새로운 공천 룰을 발표하고 있는 것을 보면 초호화 스펙에 매몰됐던 지난 리크루팅과는 조금은 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늘 ‘하늘의 별’ 따듯 인재를 찾다 보니 별을 찾기도 힘들고 애써 찾은 별이라도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한 핵심 당직자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까지 탄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인지 괜찮은 인재는 여전히 한국당행을 주저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다 보니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를 둘러싼 ‘영입 세습’ ‘재활용 영입’ 파동과 박찬주 전 육군 대장 논란과 같은 인재 영입 사고가 터진다.
시대의 가치를 담은 리크루팅 철학이 없으면, 과거처럼 청년인재는 소모품이 되고 한국의 보수정당은 초호화 고스펙 인사들이 가득한 공룡 같은 ‘육법당(陸法黨)’으로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최우열 정치부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