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왼쪽)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제공
장윤정 경제부 기자
금융위원회는 22일 보도 참고자료를 내놓고 “12·16대책 시행 이전에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된 사업장의 조합원들은 종전 규정대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금융위는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소유주도 시세가 15억 원이 넘으면 이주비나 추가 분담금 대출 등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그러자 서울 강남 등지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조합원에 대한 대출이 막히면서 그동안 진행되던 재건축 사업이 갑자기 중단 또는 지연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시장의 혼란이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자 당국은 한발 물러서며 ‘경과 조치’를 내놨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수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위는 처음엔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임차보증금(전세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한다고 했다가 하루 만인 17일 이를 금지한다고 말을 바꿨다. 전세금 반환용 대출이 15억 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는 우회로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이 인터넷 카페 등에 나돌자 서둘러 구멍을 메운 것이다.
앞으로도 당국의 이런 식의 땜질 처방이 더 나올 것 같다. 세부 규정이 꼼꼼하지 않아 해석이 애매한 부분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전세자금대출을 받은 뒤 9억 원 이상의 고가 주택을 매입하거나 다주택자가 되면 보증을 취소하고 전세대출을 회수하겠다면서도 ‘불가피한’ 사정이 있으면 보증을 유지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가피한’ 사정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어 대출 수요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처럼 당국의 유권해석이 나오지 않은 경우뿐 아니라 시행 시기가 아직 명확히 확정되지 않은 항목도 많다.
물론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수많은 개별 사례에 대한 답을 미리 만들어 놓고 대책을 발표하기란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 크게 질러놓고 매일같이 땜질식 보완을 거듭하는 정부 대책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강남 집값에 놀라 허둥지둥 칼을 대다 보니 칼날이 잘 벼려져 있는지조차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