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하지만 어떻게 ‘또’ 강의를 하지? 이번 건은 친구의 추천으로 우연히 얻은 기회였다. 뭐든 하면서 느는 법인데, 언제 올지 모르는 다음 기회만 기다리면 너무 늦을 것 같았다. 혼자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 근데 뭘 가르치지? 물론 영상 만드는 법을 가르쳐도 된다. 전 국민이 유튜버를 꿈꾸는 시대여서 수요도 많다. 하지만 경력이 애매했다. 나는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기업이나 언론사가 의뢰하는 영상을 만들어 주는 프리랜서 PD이기 때문이다.
슬픈 사실은, 영상 편집은 누구나 2시간이면 터득할 수 있다. (내 직업은 곧 사라질지도.) 자르고, 붙이고, 음악 깔고, 자막 넣으면 끝이다. 그 다음부터는 감에 의존해야 하는데, 재미있게 편집은 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 말로 가르쳐 줄 순 없었다. 미친 듯 연구하면 알아낼 수도 있겠지만 사이드 프로젝트가 그렇게 품이 많이 들면 안 되지.
인스타그램에 올리니 이틀 만에 18명이 신청했다. 부모님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이냐고 했다. 글쓰기를 제대로 배운 적도 없으면서 뭘 가르친다고. 하지만 신문에 글을 연재하며 나는 배웠다. 글쓰기는 마감이 시킨다는 사실을. 죽음과도 같은 데드라인과 마감 직후 보낸 글에 대한 부끄러움이 더 좋은 글을 쓰게 만든다는 것을. 나는 그들에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마감을 제공할 뿐이다.
다음 주면 벌써 마지막 수업이다. 수업을 통해 새롭게 안 사실이 있다면, 나는 의외로 가르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거였다. 다만 다른 곳에서 희열을 느꼈는데, 바로 사람들이 쓴 글을 읽는 순간이었다. 안 쓰는 사람을 쓰게 만들고, 그 사람 안에 있는 내밀한 이야기를 듣는 것. 짜릿했다. 오늘 밤 산타가 나에게 평생직장을 선물한다 해도 나는 거절할 거다. 필요 없어, 어차피 밀레니얼 세대는 퇴사한다고. 할 수 있는 한 마음껏 모험하고 싶다. 신의 가호가 있기를!
정성은 콘텐츠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