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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대통령 연금-특혜 포기”… 연금개혁 승부수

입력 | 2019-12-24 03:00:00

퇴임후 月 2500만원 안받기로… 일반 국민이 받는 연금만 적용
“개혁안 중요성 알리려는 것”
연금개편 반대 총파업 18일째, 여론조사서 파업지지 60% 넘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사진)이 퇴임 후 매달 지급되는 1만9720유로(약 2539만 원) 상당의 연금과 특혜를 포기하겠다고 22일 선언했다. 장기화되고 있는 연금개편 반대 파업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개혁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앞세우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르피가로 등 현지 언론은 전했다.

프랑스 대통령은 1955년 4월에 정해진 대통령 퇴직 관련법에 따라 5년 임기를 마치면 연령에 상관없이 곧바로 월 6220유로(약 801만 원)의 대통령 연금을 받는다. 또 퇴임 후 자동적으로 헌법재판소 종신위원이 된다. 헌재 위원이 되면 월 1만3500유로(약 1738만 원)의 수당이 나온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퇴임 후 이런 연금과 수당을 모두 포기하고 일반 시민들에게 적용되는 연금체계의 적용을 받기로 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엘리제궁은 “대통령이 모범을 보여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연금개편의 중요성과 일관성을 알리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간 르파리지엔은 마크롱 대통령이 ‘대통령 연금을 포기하는 최초의 프랑스 대통령’이라고 전했다.

이런 특혜 포기 구상은 18일째 이어지는 연금개편 반대 총파업을 해결할 돌파구를 찾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프랑스는 현재 직능, 직종별로 연금 수령 시기와 액수가 달라 ‘덜 내고 더 받는’ 사람이 많다. 이 때문에 연간 100억 유로(약 13조2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등 연금 개편이 절실한 상태다.

마크롱 정부는 직업에 따라 42개로 나뉜 기존 퇴직연금 제도를 일한 개월 수만큼 포인트로 전환해주는 단일 연금제도로 통일하는 한편 첫 연금 수령 연령을 현행 62세에서 64세로 높이는 연금개편을 추진 중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더 내고 덜 받게 된’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5일부터 대규모 파업에 나서면서 열차,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마비되고 물류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연금개편에 대한 거부감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파업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60%가 넘는다. 한편으로는 크리스마스 연휴에도 파업이 지속돼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갈등이 커지자 프랑스 정부는 1975년생 이후부터 새 연금제도를 적용시키겠다는 양보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1일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만큼은 일단 파업을 중단해 달라”는 메시지를 주요 노동단체인 노동총동맹(CGT)과 철도노조에 전달했다. 그럼에도 노조는 “연금개편안이 폐기되지 않으면 파업 중단은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