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뉴시스
북한이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의 개장식을 내년 4월 중순으로 정하고 해외 투자자들의 방북을 독려하면서도 한미일은 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비핵화 협상 진전을 통해 한미일의 투자를 유치하기보다는 중러 협조와 자력갱생을 통한 ‘새로운 길’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4일 해외친북단체인 조선친선협회(KFA·Korean Friendship Association) 홈페이지에 따르면 원산·갈마지구 개장식이 김일성 전 주석 생일(내년 4월 15일) 전후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 협회는 친북인사인 스페인의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가 2000년 8월 설립한 단체로 스페인, 미국, 노르웨이, 캐나다, 브라질 등 약 120개국에 약 1만2000명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베노스는 북한 대외문화연락위원회 특사도 맡고 있어 북한 당국과 조율해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정부 당국은 보고 있다.
협회는 기존 회원 및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내년 4월 11~18일 7박 8일 간의 방북프로그램을 만들어 참가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원산·갈마지구 개장식 참석을 포함해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판문점 방문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공장, 협동농장, 시장, 학교, 병원도 방문한다. 참가비는 2900유로(약 373만 원)다.
이렇게 해외 투자자들의 방북을 독려하면서도 “한미일 여권(국적)을 가진 자는 참여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앞서 금강산 남측 시설의 철거를 요구하며 ‘북한식 개발’을 강조했던 것처럼 원산·갈마 또한 자력 완공을 선전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앞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일 관훈토론회에서 “원산·갈마 투자 문제는 조건과 환경이 마련돼야 논의가 가능한 것”이라며 “남북한이 만나야지 구체적인 문제와 계획을 논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은 별다른 응답을 주지 않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