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을 반대한다며 만든 TV 홍보 영상에 나오는 대사 일부 입니다. “기존 김해공항 확장안은 안전하지 않다. 그러니 동남권 관문공항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항공기 추락 상황을 이용한 겁니다.
이 영상에 대한 항공업계의 반응은 냉정했습니다.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아무리 홍보가 필요했다지만, 항공기 추락을 소재로 한 것은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입니다.
항공업계는 말도 조심합니다. 쓰지 말아야 하는 단어들이 있죠. ’OO항공사 실적 추락‘ ’OO항공 영업이익 곤두박질‘ ’실적 박살‘ 등등이 대표적입니다. 언론 보도자료에 추락이나 박살, 곤두박질, 날개 꺾임, 비상 상태 등의 단어를 절대 쓰지 않습니다. 기자들이 이런 표현을 기사에 쓰면 항공사에서 조금 순화된 표현을 써줄 수 없겠냐는 부탁을 받기도 합니다.
항공기 사진을 쓸 때도 신중합니다. 비행기가 우상향 또는 좌상향 하고 있는 사진을 씁니다. 절대 비행기 앞이 내려가는 듯한 사진을 쓰지 않습니다. 착륙 사진도 비행기가 바람을 안고 착륙하는 듯한 사진을 씁니다. 항공사에 걸려 있는 항공기 액자나 항공기 모형이 떨어지거나 기울어져 있으면 불길하다며 바로 잡는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달고 다니는 항공사 배지가 아래를 향하거나 삐뚤게 돼 있으면 이를 바로 잡아주는 직원들도 있죠.
항공기에서 상영하는 영화나 드라마에도 금기 사항이 있습니다. 항공기 추락이나 납치, 충돌 등의 주제는 절대 상영 불가입니다. 영화 중간에 추락이나 충돌 장면이 나오거나, 주인공들 대사에 추락 및 납치 등이 언급되면 그 부분을 편집해서 내보내기도 합니다.
항공사 기념품으로 골프공(쳐서 떨어지기 때문에)을 안 만드는 항공사, 항공기 모형 USB를 만들 때도 항공기를 두 동강 내지 않도록 만들 것을 규정해 놓은 항공사도 있습니다. 항공기가 처음 도입되면 고사를 지내거나 물을 뿌리는 등 안전을 기원하는 의식 행위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일부 기장들 중에는 천국, 천상, 파라다이스 등 사후세계를 의미하는 말을 절대 쓰지 못하도록 하는 분도 있습니다.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항공업계에서는 불길함 마저 용납될 수 없을 겁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